이야기 89

비오는 날의 강릉 출장기

학회가 있어서 강릉에 출장 갔다가 일정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그냥 기차 예매한 시간까지 2시간 넘게 남아서 역까지 걸어갈 생각으로 무턱대고 걸었습니다. 해변을 따라 남대천까지 가고, 남대천 따라 올라가겠다는 생각으로... 그날 비도 왔습니다. 비 오는 날의 바다는 잔혹했습니다. 야생의 피카츄 같은 움직임을 하는 놈이 나타났습니다. 청설모라는 놈입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징그럽게 생겼습니다. 다람쥐는 귀엽습니다만... 피카츄처럼 전광석화라는 기술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물러갈 때도 전광석화를 사용합니다. 사진의 조준이 어렵습니다. 나무도 잘 타고 잘 내려옵니다. 뉘 집 고양이와는 좀 다릅니다. 바람이 너무 강해서 우산이 뒤집어졌습니다. 힘든 출장이었습니다. 도중에 GG치고 버스 탔습니다.

이야기 2022.10.24

자본주의와 기업의 역할에 대해서...

몇 달 전 문득 자본주의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명 초, 중, 고등학교 다니면서 뭔가 배운 것 같고, 우리가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데 정작 자본주의가 무엇인지 명쾌하게 와닿지가 않는 것이었습니다. XX 주의라는 것은 보통 XX에 가치를 부여하고 XX를 추구하는 사상입니다. 그런데 자본을 추구한다? 좀 이상합니다. 자본가가 된다? 부자가 되자? 뭔가 말이 안 됩니다. 아마도 자본주의는 자본을 추구하는 사상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위키백과에서 검색을 해봤습니다. 자본주의는 "재화의 사적 소유권을 개인이 가지는 자유의지에 반하거나 법률에 의하지 않는 방법으로는 양도 불가능한 사회 구성원의 기본권으로 인정하는 사회 구성체이다."라고 적혀있었습니다. 대충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

이야기 2022.10.17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과 소통에 대한 이야기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이라는 이미 나온 지 한참 지난 주제가 있습니다. 다양한 직종 사람들이 자신의 전문성에 맞는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코끼리를 잘라서 넣거나, 냉장고를 매우 크게 만들거나, 새끼 코끼리를 넣거나... 교수가 시키면 대학원생이 알아서 한다는 결론도 있습니다. 별 의미 없는 황당한 주제인데도 이것이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정말 세상엔 엉뚱하고 황당한 지시를 받는 일이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여러 직장을 다니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일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대다수의 일을 지시하는 사람은, 그 일을 왜 해야 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히 전달하지 않은 채로 이것 해와 라는 식으로 일을 던져줍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지시한다면,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기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이야기 2022.07.23

노력이 허사가 될 때...

인생은 짧습니다.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많지 않습니다. 아무리 짧은 시간이라도 유한한 인생에서 헛되이 써선 안되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그래서 저는 소중한 인생을 투자해서 한 일이 허사가 되는 것이 슬프고 화가 납니다. 누구나 자신이 추구하는 무언가를 위해서 노력합니다. 노력에는 보답이 따라야만 의미가 있습니다. 애초에 아무리 노력해도 추구하는 바를 이룰 수 없다고 정해져 있다면 그런 노력에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아무리 가능성이 낮을지라도, 불가능이 아닐 때에 의미가 있습니다. 좋은 관리자는 노력의 결과물을 헛되게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어떻게 쓰일지 생각하지도 않은 것을 만들라 하고 만들어졌지만 활용하지 못하고 폐기된다면 대체 그런 일에 인생을 쏟아부은..

이야기 2022.07.02

좋은 연구란?

보통 연구 논문의 가치를 평가할 때, 인용수를 평가지표로 사용합니다. 개별 논문의 인용수를 직접 보지 않는다면, 대신 저널의 평균 인용 수라 할 수 있는 impact factor를 봅니다. 지표는 지표이고, 본질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됩니다. 그래서 이 지표가 보려는 본질은 무엇일까요? 논문의 가치라는 것이 무엇일까요? 사실 모든 분야에서 그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좋은 영향력"입니다. 이 작품이, 후세 작품들에 얼마나 큰 영감을 미쳤는가, 사람들에게 얼마나 감흥을 불러일으켰는가 세상을 얼마나 어떻게 바꿔놨는가? 인용 수라는 게 그런 것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즉, 좋은 연구의 가치는, 얼마나 세상에 유익한지, 얼마나 파급효과가 큰지, 얼마나 다른 연구에 영감을 불어넣었는지... 얼마나 그..

이야기 2022.06.04

길을 잘못 들었다고 생각할 때

대학원생 때 알고 지낸 선배 중 한 사람 이야기입니다. 그 선배는 상당히 비범한 사람이었습니다. 자신만의 가치관이 확고하고, 유능하고 자신감에 넘치는 사람이었습니다. 툭하면 "나는 팩트만 말해."라고 자주 하셔서 제가 닥터 팩트라고 부릅니다. 좀 오만하기 때문에 그 선배를 싫어하는 사람도 여럿 있었지만, 말만 좀 저렇게 하지 대놓고 사람을 무시하거나 멸시하는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일단 저는 배울 점이 있어서 같이 다니면서 이것저것 배웠습니다. 치즈 같은 조금 비싼 식재료 고르는 방법에 대한 것들이나 수비드 요리법 같은 것을 배웠습니다. 제가 슬라이스 치즈 같은 거 사려고 하면, "너 아직도 그런 거 먹니? 그런 건 애들이나 먹는 거야."라고 비싼 치즈를 권하거나, 제가 과자 같은 것을 사 먹으려고 하면 ..

이야기 2022.06.04

때때로... 연구자로서 자괴감을 느낍니다.

가끔씩이 아니라 자주... 아니... 거의 항상 자괴감을 느낍니다. 제 연구주제는 신약개발 연구자의 연구를 도와주기 위한 툴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신약개발 연구자들의 연구방법을 이해하고, 그 방법을 컴퓨터로 구현하여 연구자를 돕는 것이 제 연구 목표입니다. 약물을 설계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방법론과, 실험 이전에 판단하기 위한 기준들이 있습니다. 그런 것들을 공부하고 컴퓨터로 구현하고 자동화하여 연구자의 판단을 도와주는 것입니다. 저는 제가 개발한 것들을 신약개발 연구자에게 보여주고, 그 판단을 듣기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저에겐 아무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제가 개발한 것에 대해 들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경우들이 대부 부분이고, 그마저도 이야기를 들으려는 사람이 있을 때는 이해조차 하지 못..

이야기 2022.04.24

닭강정의 추억... 이가닭강정 고한점 (하이원 리조트)

저는 먹는 것보다는 요리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아니, 그것은 욕구입니다. 인간에겐 많은 욕구가 있지만, 저에겐 요리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습니다. 요리하지 않으면 욕구불만이 생겨버립니다. 한때, 저는 이미 닭튀김에 새로움은 없다.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하이원 리조트에 출장 가서, 이가 닭강정을 주문해먹었을 때 저는 신세계를 발견하였습니다. 바쓰라고 하는 중국식 맛탕이 있습니다. 한국식 맛탕과의 차이는, 설탕을 기름에 튀겨서 튀긴 고구마에 얇게 묻히고 사탕처럼 굳힌 것입니다. 이가 닭강정은 바쓰처럼 겉이 설탕으로 코팅되어 바삭하게 부서졌습니다. 튀김옷이 바삭한 게 아니라, 코팅으로 바삭한 맛을 내다니... 그것은 치킨의 신세계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까지 느껴보지 못한, 치킨의 새로운 가능성을..

이야기 2022.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