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과 소통에 대한 이야기

Novelism 2022. 7. 23. 13:21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이라는 이미 나온 지 한참 지난 주제가 있습니다.

 다양한 직종 사람들이 자신의 전문성에 맞는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코끼리를 잘라서 넣거나, 냉장고를 매우 크게 만들거나, 새끼 코끼리를 넣거나... 교수가 시키면 대학원생이 알아서 한다는 결론도 있습니다. 

별 의미 없는 황당한 주제인데도 이것이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정말 세상엔 엉뚱하고 황당한 지시를 받는 일이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여러 직장을 다니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일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대다수의 일을 지시하는 사람은, 그 일을 왜 해야 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히 전달하지 않은 채로 이것 해와 라는 식으로 일을 던져줍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지시한다면,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기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알아서 조사하고 어느 정도 이해하고 그럴듯한 취지를 생각해내도, 그것이 일을 시킨 사람의 의도와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일의 취지와 목적을 제대로 설명해달라고 이야기했을 때 제대로 설명해주는 사람은 그나마 괜찮은 사람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들도 상당수입니다. 그러면서 원하는 결과를 가져올 거라고 생각하는지 참 신기하네요.

 결국 일은 상대를 만족시키는 것입니다. 절대적으로 잘했다 못했다 같은 것은 없습니다. 얼마나 일을 지시한 사람이 만족할만한 결과를 가져오는가가 문제이죠. 

 

 그래서 다시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으로 돌아갑시다.

  솔직히 그걸 본인이 원해서 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고, 누군가 시켜서 하는 것이겠죠.

 

 그러면 그 일을 시킨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지 제대로 이해를 해야 합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참 다양한데, 그중엔 해결이 아니라 애초에 문제를 풀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문제를 해소해버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마차에 감긴 복잡한 매듭을 푸는 문제가 있을 것입니다. 이 매듭을 푸는 사람은 대왕이 된다는 전설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도 풀지 못했는데, 알렉산더가 그것을 풀려다가 화나서 칼로 잘라버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는 대왕이 되었습니다. 이건 좀 극단적인 예시였지만, 제가 경험해본바로, 많은 일들이 굳이 할 필요가 없었던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란 무엇인가 하면,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시대에 따라, 문화에 따라, 사람의 가치관에 따라 문제는 다릅니다. 누군가에겐 문제로 인식되는 것이 다른 사람에겐 문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문제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문제 인식입니다. 

 

 그래서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으라는 지시를 한 사람은 대체 무엇을 원한 것일까요?

 코끼리가 더워 보여서 식히려고? 아니면 코끼리 고기가 상할 것 같아서? 그냥 심심해서? 솔직히 이유가 잘 상상이 안 가네요. 더운 코끼리를 시원하게 해 주려고 코끼리를 토막 내서 냉장고에 넣는다면 잘못된 일입니다.

 중국의 요재지이라는 책에 이런 이야기가 있는데, 어떤 사람이 높으신 분에게 금붕어를 선물하고 싶어서 항아리에 금붕어와 물을 넣고 하인에게 선물을 전달하라고  지시했더니, 그 하인이 항아리가 너무 낡아 보여서 높으신 분께 선물하는 거니 좋은 그릇에 담아야겠다고 물을 다 버리고 비싼 쟁반에 담아서 전달했다고 합니다. 당연히 금붕어는 다 죽어버리고... 그걸 받은 높으신 분은 좀 황당했지만 관대하게 수고했다. 하지만 나는 생선 별로 먹고 싶지 않으니 수고한 네가 가져다 먹어라.라고 했다고 합니다. 하인은 자신이 일을 잘 수행하고 선물까지 하사 받았다고 생각하고 주인에게 돌아가서 보고했더니 주인이 화가 나서 하인을 혼냈다고 합니다. 

 

 자신이 모르고 이해할 수 없는 일을 자의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은 좋지 않은 것입니다. 그건 천재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왜냐하면 사람의 마음은 읽을 수 없는 것이니까요. 물론 사람의 마음을 연구하는 분야도 있으니 잘 공부하면 어느 정도 읽을 수 있죠. 하지만, 그게 결코 좋은 길이라고만 할 순 없습니다. 삼국지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조조가 한중에서 촉과 대치할 때 계륵이라 말하자 그의 부하 양수가 그 이야기를 듣고 조조의 마음을 이해하여 퇴각하라는 지시가 나올 거라고 생각하고 혼자 짐 싸다가 미움받았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선, 자기 마음을 타인에게 읽히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공자님은 묻는 것이 예이다.라고 하셨는데 아마 이 경우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뭐... 상대가 정말 몰상식한 자라면 묻는 사람을 비하하기도 하는데... 

 제가 느끼기에 논어에 나오는 공자님 말씀의 상당수는 처세술처럼 느껴집니다. 춘추시대는 밉보이면 어떻게 살해당할지 모르는 살벌한 시대였습니다. 어떻게 하면 상대에게 미움받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가. 에 대한 것이 상당수입니다. 그 처세술을 가르친 공자님조차도 그 시대에 실세가 되진 못했지만, 일가를 이루었고 후대엔 그 사상이 나라를 지배하게 되었으니 나름 성공한 것이겠죠. 반면에 맹자는 상당히 공격적입니다. 자신이 밉보여도 왕조차 자신을 함부로 죽일 수 없는 시대 분위기 때문이 아닐까요? 

 

 결론은...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으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면, 왜 넣으라고 하는지 지시한 사람에게 제대로 확인하고, 만약 제대로 답변 안 해준다면 그런 곳에선 빨리 도망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본인이 일 시키는 입장에 있는 분들은, 좀 지시를 제대로 하시기 바랍니다. 그게 본인이 원하는 것을 얻는 방법입니다. 엉터리로 지시하면 원하는 거 못 가져옵니다. 

 소통이라는 건 그냥 말만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필요한 것을 상대를 존중하며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소통의 부족은 정말 못 느낄 수도 있습니다. 이 사람도 다 알고 있겠지라고 생각한 것이 알고 보니 전혀 모르고 있었거나, 그런 일들을 경험하면서 저도 상당히 놀랐습니다. 대화할 때 뭔가 맞물리지 않는다면 그 대화의 전제를 다시 생각해보면 어딘가 어긋나는 점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 것이 소통의 부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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