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좋은 연구란?

Novelism 2022. 6. 4. 22:33

 

 보통 연구 논문의 가치를 평가할 때, 인용수를 평가지표로 사용합니다.

 개별 논문의 인용수를 직접 보지 않는다면, 대신 저널의 평균 인용 수라 할 수 있는 impact factor를 봅니다. 

 지표는 지표이고, 본질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됩니다. 그래서 이 지표가 보려는 본질은 무엇일까요?

 논문의 가치라는 것이 무엇일까요? 

 사실 모든 분야에서 그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좋은 영향력"입니다.

 

 이 작품이, 후세 작품들에 얼마나 큰 영감을 미쳤는가, 사람들에게 얼마나 감흥을 불러일으켰는가

 세상을 얼마나 어떻게 바꿔놨는가?

 인용 수라는 게 그런 것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즉, 좋은 연구의 가치는, 얼마나 세상에 유익한지, 얼마나 파급효과가 큰지, 얼마나 다른 연구에 영감을 불어넣었는지... 

 얼마나 그 연구가 필요한지... 이런 것들이 가치입니다.

 연구 과제 쓸 때도 보는 게 그겁니다. 무엇을 하려고 하고, 왜 하려고 하는지, 그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그리고 그것을 정말로 할 수 있는지... 그냥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입니다. 당연한 것을 어렵게 생각할 거 없습니다. 정직하면 됩니다. 

 

 좋은 연구 주제를 잡지 못해 고민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졸업을 하기 위해 연구를 하니까요. 

 좋은 주제를 찾는 좋은 방법은, 큰 목표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어떠한 치료제가 없는 질환에 대해서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한다면 어떨까요? 하지만 신약개발은 참 어렵고 복잡하고 여러 단계에서 풀어야 할 많은 문제들이 있습니다.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큰 목표를 위해 풀어야 할 각 단계의 문제들... 그 문제들을 풀여야 우리가 최종 목표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 사이의 많은 작은 문제들이 모두 좋은 연구주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원리의 발견이건, 어떠한 이론에 대한 검증이건, 메서드의 개발이건.. 어떤 식으로든 큰 주제에 기여할 수 있다면 그것이 연구의 의미입니다.

 명분은 단지 연구비를 받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과학자는 정직해야 합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하는 일이 그 명분과 일치해야 합니다. 그래야 좋은 연구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대학원생 시절 발표를 참 못했습니다. 좋은 발표는 좋은 결과를 발표하는 것이라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 그냥 자신이 한 일을 정직하게 사실대로 말하는 것입니다. 무엇을 했는지, 왜 했는지, 어떻게 했는지, 무슨 결과가 나왔는지.. 그런 것들을 일단 사실을 사실로서 듣는 사람에게 명쾌하게 전하는 것이 좋은 발표의 기본입니다. 모든 포장과 형식은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잘 전달하기 위한 수단일 뿐... 어느 날 다른 사람의 발표를 유심히 보고 그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저는 적어도 제 지도교수님께서 만족할 정도로는 발표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후에 스승의 날에 찾아뵈었을 때였던가... 제가 발표하는 거 보시고 이제 졸업시켜도 되겠다.라고 생각하셨다고 하시더군요. 그런 태도로 연구를 하기 시작하고 운 좋게도 괜찮은 연구주제를 찾았고, 빠르게 연구 결과가 나와서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신기한 일이네요. 당시 하루 일과 중 70%는 토의였습니다. 저에게 연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닙니다. 내가 혼자 일하는 것보다, 동료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오히려 훨씬 빠르고 좋은 길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누구입니까... 연구자는 커뮤니케이션에 문제 있는 사람들도 할 수 있다고 한 거... 그런 거 거짓말입니다. 연구는 자신의 연구 성과를 타인에게 알림으로써 의미를 가지는 것입니다. 커뮤니케이션에 문제 있는 사람이 잘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연구에 필요한 건 책상과 돈이 아니라, 좋은 동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