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사용 중인 서버에 문제가 생겨서 고치다가 명령어가 하나 기억 안 나서 검색을 하다가 결국 원하는 검색 결과가 안 나와서 ChatGPT에게 물어보고 해결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제 블로그에 그 명령어가 잘 기록되어 있는 것을 보고 뭔가 참 이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자신이 쓴 글도 잊어버리고 그걸 ChatGPT에게 물어보나...
인공지능은 상당히 유용합니다. 검색이라는 것이 세상에 등장한 것도 혁신적인 일이었지만, 키워드를 모르면 검색이 어렵기에 자신이 모르는 것을 잘 찾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내가 잘 모르는 것에 대해서도 좋은 답을 얻을 수 있게 해 줍니다.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새로운 것들을 많이 배울 수 있습니다. 분명 이것은 놀라운 일이고 엄청난 혁신이고 이로부터 큰 발전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한편으로 사람에겐 훈련이 필요한데, 유용한 인공지능 때문에 과정을 지나쳐버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계산기를 예로 들어보죠. 그것은 정말 매우 유용하고 혁신적인 물건이었습니다. 계산기도 세상을 참 많이 바꿔놓았죠.
제가 학생일 때, 계산기를 사용하지 말라는 선생님들이 있었습니다. 계산을 직접 하는 것도 훈련 과정이니까요.
그 훈련이 충분히 숙달된 후에.. 혹은 실무를 할 때는 계산기를 사용하지만, 유용한 도구가 있다고 해서 훈련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자연과학을 전부 좋아하였습니다. 그중에 제가 물리학을 전공한 이유는 물리학을 제일 못했기 때문입니다.
고등학생 1학년 때 물리학을 처음 접했을 때 너무 어려웠습니다. 교과서를 봐도 뭔지 전혀 모르겠고 답답하고 막막하고 울면서 때려치우고 싶었습니다. 근데 그렇게 3일간 울고 싶고 때려치우고 싶어도 계속 보다 보니 이해가 갔습니다. 이해가 간 다음에는 그렇게 어렵지 않아 보였습니다. 아마도 그 경험이 물리학을 전공하게 된 이유 같습니다.
그 후로도 살면서 울면서 때려치우고 싶은 일은 여러 번 있었습니다. 뭐 요즘도 있습니다. 그냥.. 많죠... 엄청 많죠. 인생이 그냥 막막한 거밖에 없죠. 그런데 그런 것들도 하다 보면 이해가 갑니다. 결국 그것도 어떤 인간이 만든 것인데, 누군가 이해한 것이라면 다른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은 아니니까요.
사람은 도저히 못할 것 같고 울면서 때려치우고 싶은 일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어떻게든 쥐어짜면 할 수 있게 되고 그때 사람은 성장하는 것 같습니다. 참 가혹한 일입니다. 너무 쉽게 모든 게 이루어진다면 거기에 어떠한 한계는 없을까요?
저는 대학원생 때 배운 것들 상당수는 잊어버렸습니다. 대학생 때 배운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오죽하면 자신이 쓴 글도 잊어버릴 정도인데... 오히려 주입식으로 고등학생 때 때려 박은 것이 더 기억이 남아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뭐 다시 공부하면 그때보다는 더 쉽게 배울 수 있을 것 같긴 합니다만... 때때로 좀 심하게 부하가 걸릴 만큼 훈련을 해서 무언가 벽을 넘어야만 성장을 이룰 수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에게 절실함은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그만큼 중요할 줄 저도 몰랐죠. 저도 알고 싶지 않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