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내일 창업합니다.

Novelism 2024. 8. 25. 21:29

 

 

 

 처음 창업을 하려고 준비했던 게 2017년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 멤버들과는 사업성의 불일치로 해산했습니다만... 

 사업과 밴드는 망하는 것보다 사업성, 음악성의 차이로 해산하는 것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뭐 그래도 무슨 일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다시 창업을 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실 이 블로그의 이름과 도메인은 창업하면 사용하기 위해 만든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블로그를 사업용으로 전환할까 하다가, 그냥 다른 도메인을 하나 더 구매하기로 했습니다. 

 업체명은 이 블로그의 이름대로 Novelism 입니다. 

 원래는 다른 이름을 쓰려고 했지만, 그나마 이 이름이 지명도가 있는 것 같아서 이 이름을 사용합니다.

 

 사업을 포기하고 취직하고 이 회사 저회사를 다녀봤지만, 결국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제가 창업하려고 시장 조사, 기술 검토를 했던 것보다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의 계획으로 창업한 회사들도 있었습니다.

 저는 당시에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을 만들지 못해서 포기했는데, 남들은 아예 수익 모델 검토조차 제대로 안 하고, 산업 분야 자체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로 창업했더라고요. 

그런 회사들도 투자를 받았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저는 초창기부터 인공지능 신약개발 업계에 대해서 상당히 부정적으로 생각했습니다. 

 뭐 생각대로 지금 상당히 어려운 시기가 되었습니다. 

 일단 산업분야에 대한 이해가 낮습니다. 후반에는 그나마 나아졌지만, 초기 창업자들은 신약개발과 신약개발 업계를 잘 모르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인공지능에 대한 전문성도 그리 높지 않습니다. 

 단지 기술만이 부족한 것이 아니고, 수익 모델과 지속가능한 사업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였습니다. 

 투자자들이 인공지능 신약개발 회사에 대해서 신약개발 회사인지 인공지능(IT) 회사인지 명확히 하기를 원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것은 분야의 의미가 아니라, 수익모델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대체 어떻게 수익화할 것인가... 신약개발을 할 것인가, 아니면 기술이나 용역 서비스로 돈을 벌 것인지... 

그게 모호한 회사들이 많습니다. 

 사실 이 업계에서 국내에서 기술 용역 서비스로 벌 수 있는 돈은 크지 않습니다. 프로젝트당 1억 도 어렵습니다. 그런데 수십, 수백억을 투자받은 회사가 1년에 잘해도 10억 원의 매출도 나오기 어려운 사업 모델을 세운다면 이게 적절할까요?

 공동개발이 좋은 사업 모델일지도 의문입니다. 실제로 신약개발에서 돈이 많이 들어가는 것은 후반이기에, 지분은 계속 감소합니다. 그 약물이 성공한다고 하여도 그 약물에 대한 특허 지분을 얼마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요? 

 투자자가 원하는 회사 가치가 얼마이고, 그 가치에 적절한 사업모델이 될 수 있는지 저로서는 의문입니다. 

 많은 회사들은 처음에 공동연구 개발 사업 모델을 택하다가, 나중에 직접 실험실을 갖추는 형태로 사업을 변경했습니다.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신약개발을 직접 추진하는 바이오텍이 되는 것이죠. 그런데, 결국 신약개발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회사가 제대로 신약개발할 수 있는 회사가 될 수 있을까요? 

이 업계에서 투자금이 큰 회사는 있지만, 좋은 성과를 낸 회사는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그 투자금이면 약물을 몇 개를 사 왔겠다고 하는 회사들도 있습니다. 

 

작년, 올해 많은 회사들이 자금난으로 인력 감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신약개발 자체는 사기가 아니겠지만, 많은 회사들의 수익 모델과 기술 수준은 부적절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수익화나 신약개발에 성공할 생각보다, 회사 팔고 엑싯할 생각인 창업자들이 더 많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의 인공지능 신약개발은 신약개발 성공률을 드라마틱하게 올릴 수 있는 것, 비용을 기적적으로 줄여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뭐 그런 와중에 저는 굳이 창업을 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큰돈 바라는 것도 아니고, 딱히 투자받을 것도 없이 그냥 개인 사업자로 일할 생각입니다. 

 원래는 그냥 프리랜서로 일하려 했던 것인데, 어쩌다 보니 창업이 되어버렸습니다. 

 

 저는 프로그래밍, 컴퓨터 시뮬레이션, 데이터 분석, 인공지능등을 이용한 연구를 하면서 제가 가진 기술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별로 그러지 못했습니다. 회사들이 원하는 사업 방향과 제가 원하는 방향에 차이가 있었습니다. 

 저는 컴퓨터 기술로 신약개발을 지원하는 연구 서비스 일을 주로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주식회사에서는 적절한 수익 모델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게 정말로 수익성 없는 일인가 생각해 봤습니다. 열심히 하고 일감이 많다면 연 1억 정도의 매출은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회사에선 별로 의미 없는 수준의 매출이지만, 3명 내외의 소규모의 팀이라면 그래도 먹고살 수는 있을 정도의 수익이 될 것 같았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다른 회사들처럼 약물 탐색 같은 정형화된 서비스를 제공할까 했습니다. 하지만 예전에 함께 일했던 분을 사업에 끌어들이고 함께 이야기하여 신약개발 분야에선 연구자들이 필요로 하는 일이 많다는 것을 떠올리고 사업 모델을 변경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신약개발 (혹은 그 외 분야에서) 회사들이 필요로 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인공지능을 활용한 다양한 분석, 예측 서비스를 지원하는 사업을 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미리 준비된 정형화된 서비스뿐만 아니라, 각 회사들이 풀기를 원하는 다양한 문제를 함께 연구해 가면서 해결하기를 원합니다.

 이전부터 저에게 함께 일하자고 제안해 주셨던 분들이 있어서 일단은 그분들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많이 배워나갈 생각입니다. 사실 작년에도 기회가 있었으나, 저에겐 너무 도전적인 문제라 생각해서 제가 하지 않았던 일들이죠. 어쩌면 정형화된 일보다 그런 일들에 대한 수요가 많을 것 같습니다. 

 다른 회사들은 돈이 되지 않고, 다른 일에 집중해야 하기에 이런 사업을 하기 쉽지 않아 일종의 틈새시장처럼 여겨집니다. 

 

 제가 뭐 많이 알거나, 뭐 잘하는 게 있어서 창업하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여전히 제가 아는 것보다 제가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이런저런 일을 하면서 저는 여전히 제가 부족한 사람이라고 많이 느낍니다. 그러기에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습니다. 남의 회사에서 일하는 것보다, 내 사업을 하면서 배우는 것이 훨씬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월급 받기 위해서 시키는 일을 하는 것보다, 제 생각대로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제가 사업을 하는 이유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입니다.

만약 이 일이 성공한다면, 그것이 하나의 길이 되겠죠. 그것이 세상을 바꾸는 방법입니다. 

 그냥 생활비 벌려고 시작했던 일이 왜 이렇게 커지고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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