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창업 1달 째

Novelism 2024. 9. 26. 21:22

 

 오늘은 창업 (사업자 등록)을 한 지 1달째 되는 날이네요. 

 뭔가 정신없이 바빴습니다. 그동안 일은 많이 한 것 같습니다. 

그 와중에 개업파티까지 하겠다고 일을 더 늘린 것도 문제였지만... 

 

 해야 할 코딩이 밀려있지만, 잠깐 시간 내서 생각을 해봅니다. 

 무엇을 하고 싶어서 창업했는지, 원하는 대로 하고 있는지... 

 회사를 다니지 않고 굳이 창업하기로 했다면 뭔가 다른 목표가 있겠죠. 

 돈 많이 벌려고 창업하려 할 만큼 이 분야를 잘 모르는 사람은 아닙니다. 

 굳이 말하면 이 분야에서 그렇게 좋은 수익 모델을 만들기는 어렵습니다. 

 

 사실 제 금전적 목표는 별로 높지 않습니다. 생활비+연구비 정도를 버는 것입니다. 

 회사에 다닌다면, 실제로 받는 월급의 대부분 투자자의 투자금에서부터 나오는 것입니다. 

 그러니 내가 하는 일이 실제로 얼마나 회사의 수익에 기여하는가에 상관없이, 고용 계약에 의해서 월급이 지급됩니다. 

 그래서 직접 사업하는 것보다, 회사에 다니는 것이 더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회사 다니는 거 별로 재미없었습니다. 

 제가 아는 많은 사람들은 저와 비슷한 이유로 직장에 불만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회사를 답답하게 느낍니다. 

 회사 다니다 보면 무언가 정말로 되어가는 게 느껴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히려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느껴지지만, 그것을 지적해도 개선되는 일은 없습니다. 

 

 지금은 나름 제가 생각하기에 가치 있다고 할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연구비는 국가 과제 지원도 아니고, 투자금도 아니고 제 재산에서 나가고 있지만... 

 당연히 금전적 보상은 없습니다. 그냥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니까요. 

(블로그에 연구 관련 글 쓰고 하고 싶어서 연구합니다.)

 다른 일도 해야하고 하다 보니 시간이 부족해서 주말에 일하거나 밤늦은 시간에 하기도 합니다. 

 대학원 다닐 때나 포닥하던 시절이 생각나네요. 그때는 그런 게 일상이었는데...

 일하다가 새벽 3시에 집에 가는데 길에 술 취한 사람이 많아서 무서웠던 기억도 나네요. 

 

 사실 처음에는 주 2일 정도 일하고, 그 외 시간은 하고 싶은 연구 하고 웹이나 앱 프로그래밍 같은 공부를 할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되지 않네요. 

 포닥 그만두고 회사로 가면서 월화수목금금금 24시 이후까지 일하는 건 끝난 줄 알았는데... 

 하고 싶은 연구를 한다는 건, 그리고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다는 건 즐거운 일입니다. 

 어디서 전에 받던 연봉 줄 테니 그만두라고 해도 못 그만두겠네요. 

 신기하게도 예전보다 다양한 일들을 해보고 있습니다. 제가 잘 알지도 못하는 도전적인 일들입니다. 

 예전에는 두려워서 주저했던 일들이 별로 두렵지 않게 느껴집니다. 

 당연히 내가 해야할 일로 느껴집니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면 할 수 있는 일이 됩니다. 

 

 

 포닥 때 제 꿈은 연구소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연구소에 있었지만, 그 연구소는 저에게 행복을 주지 못했습니다. 

 회사를 옮겨다니면서 저는 남의 밑에서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느꼈습니다. 

 지금 이전에 비해 만족스럽습니다. 하지만 꿈을 이룬 것은 아닙니다. 

 제 꿈은 저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오만이라고 비난하고 있지만, 저는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살 자유가 있습니다. 

 제 꿈은 연구자가 주인이 되는 연구소를 만드는 것입니다. 

 저는 그것이 결코 연구만 하면 되는 것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것은 민주주의입니다. 

 조직의 주인은 조직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것이 1명이나 소수라면 그것은 독재입니다. 

 민주국가에서 그 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국민이 정하는 것입니다. 

 저는 회사나 연구소도 마찬가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의 주인은 그 회사를 위해 출자한 주주들과, 그 회사를 위해 헌신하는 임직원들 이어야 합니다. 

 당연히 민주주의에서 내 마음대로 되는 건 없습니다. 누구나 다 자기 맘대로 하는 것이 민주주의는 아닙니다. 

 하지만 자신이 속한 집단이 나아갈 방향에 의견을 제시할 권한이 존중되는 집단이어야만 내 인생을 투자할 가치가 있습니다. 

국가 정치만이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내가 속한 작은 집단 하나하나가 얼마나 민주적인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런 작은 집단에서 민주주의 이념이 존중받지 못한다면, 국가 민주주의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지금은 개인 사업자 프리랜서이고, 연구실장을 자칭합니다. (탕비실장을 겸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 

 검색해보니 프리랜서 직함은 실장 정도가 적절하다고 해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연구소를 창업하고 연구소장이 되는 날이 올 것입니다. 

 당연히 모든 사람이 만족하는 일 같은 건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조직의 구성원은 인생의 소중한 시간을 투자한 사람으로서 누구라도 조직이 나아갈 방향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 것입니다. 저는 많은 사람을 봐왔습니다. 자기 평가가 쓸데없이 높은 오만한 분들을 제외하면, 보통 사람들이지만 평범하게 유능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발언권을 가진다고 조직이 망할 것 같진 않습니다. 정말 문제인 것은 이 오만한 분들입니다. 보통은 그런 분들이 결정권을 다 독점해 버리고, 조직이 망가져버립니다. 

 지금은 개인사업자이니 인력 관리 같은 것은 신경 쓸 필요 없어서 정신적 부담이 적습니다만... 언젠가는 다시 괴로운 길을 가는 날이 올 것입니다. 꿈을 이루어진다는 것은 행복해진다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누구나 그릇이 있고, 저에겐 지금 정도 수준이 적절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세상에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결론 3줄 요약

저는 개인사업자로 창업해서 월화수목금금금 밤늦게까지 일하지만 만족스럽습니다. 

목표는 생활비 버는것인데 일단 일감은 계약 진행 중이니 이조건은 충족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세상을 바꾸기 위한 사업을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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