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초심으로 돌아가서...: 처음 창업을 결심했을 때

Novelism 2021. 6. 12. 23:44

 

 이미 깨져버린 일이지만... 첫 직장을 떠나기 전에 저는 창업을 결심하고 동료를 모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사실 그때 창업을 결심했던 이유는 연구원이 보람있는 직장을 만들어보자 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첫 직장 생활은, 기대는 컸지만 매우 실망스럽게 끝나버렸습니다. 

 당시 제 전공으로 갈 수 있는 국내에서 가장 좋은 직장 중 하나라 생각했는데... 

 아쉽게도 제가 느낀 것은 연구원이 존중받지 못하는 존재라는 것이었습니다.

 연구비 사용에 대해서도 참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많습니다.

 연구에 꼭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범용성 기자재 (노트북 등) 구입에 대한 민감한 이슈들이 있었습니다.

 예를들어 노트북이 없다면 학회에 가서 발표를 할 수 없는데, 학회 발표는 연구원 업무 중 논문 작성 이외로 가장 중요한 업무이고... 당시엔 인터넷을 통해서 좋은 강의들이 배포되는 중이라 딥러닝 같은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는 것은 업무에서 중요한 일인데, 헤드폰을 구매할 수 없다거나,
 연구 장비(제 경우는 거의 컴퓨터)를 구매하는 것도 연구원이 원하는 규격으로 구매하기 어렵다거나,

 그 외에 급여나 복지면에서도 연구원에게 불리한 점이 있거나, 연봉 계약금에 퇴직금이나 복지카드 비용이 포함된 채로 포괄임금제가 적용되거나...

뭐 굳이 법적으론 문제 없지만 그리 합리적이지 않게 느껴지는 일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저로서는 그런것을 문제라고 느끼고 문제를 해결해서 사람들이 더 만족하게 만드는것이 중요하다 믿었기에 꾸준히 문제를 이야기하고 개선하자고 하였지만, 대부분 실망으로 끝나버렸습니다.

 제가 느낀 바로 한국 사회에서 연구소의 주인공은 연구원이 아닙니다. 

 연구원은 사회적 약자처럼 느껴졌습니다. 자신이 속한 집단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할지 의사결정에 참여할 자격이 없었습니다. 이것이 인간의 삶인가 가축의 삶인가...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연구원은 자신이 원하는 연구를 하기 어렵습니다. 지도교수가 원하는 연구를 해야하고, 연구 방향성이 맞지 않아서 지도교수가 제대로된 지도를 하지 않는 경우는 연구원이 혼자 연구를 하기도 하지만, 결국 그래도 성과는 지도교수와 공유합니다. 그런것이 마음에 안들어서 직접 과제를 따볼까 생각했지만, 연구원이 지도교수 없이 과제를 독립적으로 따는것도 거의 불가능에 가깝더군요. 학교를 연구 과제의 주관기관으로 하고 싶어도, 그 학교에 속한 교수님께 부탁을 해야하는 상황이니... 

 

 그런것들이 싫어서 저는 연구원이 주인공이 되어 연구를 할 수 있는 곳을 만들자 라는 생각으로 창업을 하려고 했습니다. 누구라도 자신의 삶은 자신의 영광을 위해서 살 자격이 있으니까요. 우리는 노예가 아니잖아요? 주인의 영광을 위해서 우리가 일해야 하는게 아니라, 우리를 위해서 살 자격이 있습니다. 당연히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는 것이고 권리에는 의무가 따르는 것이니 모든 연구를 맘대로 하게 해준다 그런것은 아닙니다.

 다만, 자신이 속한 집단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대해서 모든 집단 구성원이 그 결정에 참여할 자격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걸 원하는대로 해주겠다." 같은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연구원이 회사 혹은 연구소의 주인이 되고, 소외되지 않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구성원이라면 누구라도 집단의 논의에 참여할 자격이 있습니다. 

 그런 생각으로 비슷한 처지에 있던 사람들을 여럿 모았지만... 결국 서로가 마음을 제대로 터놓고 이야기 하지 못해서 깨어져버린 것 같습니다. 서로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고 믿었지만, 어느날 그렇지 않다고 느껴버렸습니다. 저 자신에게 욕심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그것을 남에게 강요하는것도 옳은 일은 아니었죠. 

 

 후에 이리저리 회사를 옮겨 다니다보니... 때때로 그날 일을 후회할 때가 있습니다. 

 제가 다닌 회사는 연구원이 주인공이 될 수 없는 곳이었습니다. 분야의 특성상, 기술 집약적이고, 사업을 만들기 위해선 기술적인 이슈를 명확히 알아야 하지만, 정작 팀원들이 주도해서 사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위에서 정한것을 아래서 따르는 방식이 되어버리네요. 그 분야에서 가장 전문가인 사람의 의견 같은것은 반영되지도 않습니다. 자괴감이 느껴집니다. 나름 실용적인 기술과 아이템을 만들었지만, 정작 사업 자체에선 의견이 배제되어버립니다.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을 배제하고 어떻게 사업을 하겠다는 것인지 저로서는 이해가 안가지만... 아무튼 그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