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초심으로 돌아가서...: 지난 날을 돌아보며...

Novelism 2021. 6. 12. 23:19

 

 대학생이 된 후로 매년 새로 학기가 시작할 때 나 자신이 무엇 때문이 지금 이자리에 있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애석하게도 최근 몇년간은 그런 생각조차 하지 못했었네요. 

 세상 풍파에 휩쓸리다보면, 어느순간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있었는지 잊어버릴 때가 있습니다.

 돌아보면 자신이 원하는 방향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버리고 후회하게 됩니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선 자주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이 왜 무엇인가를 갈망했는지 생각해보는것이 좋습니다. 

 

 저는 나름 성적은 나쁘지 않다. 라고 자부하는 바보들 중 한명이었습니다.

 그리고 대학원에 입학하고 자신이 무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성적만 잘받아봐야 연구를 못하면 전혀 의미가 없죠.

 그렇게 하위 30%로 떨어지고 자신이 무엇이 문제인지 생각해봤습니다. 

 그래서 연구란 무엇일까? 일이란 무엇일까? 내가 이분야에서 프로로 살기 위해서 일을 한다면, 대체 어떻게 하는게 일을 잘하는 것일까를 고민해왔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죠. 

 지금은 그나마 일 못하진 않는 사람이 되긴 했지만, 여전히 자신이 부족함을 느낍니다.

 부족함을 느껴야 부족함을 개선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으니까 부족함을 느낄 수 없는 인간은 되고 싶지 않습니다. 

 

석사 졸업하고 박사과정 입학할 때 제 결심은, "석사 과정 때 처럼은 하지 말자" 였습니다.

 그리고 박사과정을 졸업하고 박사과 정을 졸업하고, 처음 박사 후 연구원이 되었을 때도 마찬가지로, "박사 과정 때보다 잘하자." 라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뭐.. 사실 그리 잘한건 아니지만... 20년 정도 삶에서 배운 것보다 대학생 4년간 배운 것이 값지고, 대학생 때까지 살아온 삶보다, 대학원에서 배운것이 더 가치있게 느껴졌고, 초중고, 대학, 대학원에서 배운 것보다 첫번째 박사후 연구원 4년을 하면서 배운것이 더 크다고 느꼈고, 그후 두번째 박사 후 연구원 1년간 배운 것이 그 전 인생에서 배운 것보다 더 크다고 느꼈습니다. 

 그냥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는 아니고, 정말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사실 저는 분야를 여러번 바꾸기도 했고... 물리학, 단백질 구조예측, 머신러닝, 신약개발...

 뭐든 모르는 분야를 새로 배운다면 정말 배울게 많습니다. 그리고 각 분야에서 중요한 주제들이 서로 다르기도 하죠. 

 물리학을 배웠을 때는 식을 풀어서 정답을 얻는것 을 생각했지만, 단백질 구조예측에선 탐색과 최적화 라는 문제를 알게되었습니다. 국소적인 미니멈들이 많이 섞여있을 때는 그중 최선의 답을 탐색하는 것... 최적화 라는 문제는 참 재미있는 문제이고... 정확히 설명할 수 없지만, 그전까지 물리학에서 하던 일과는 뭔가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단백질은 물리학에서 다루기 힘들다고 알려진 많은 수의 입자로 이루어진 시스템이기도 하고, 생물 정보학이라는 물리학과는 다른 접근 방식에서도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머신러닝을 공부한 것도 인생에서 참 큰 일이었습니다. 단지 기술적인 부분이 아니라 철학적인 질문들도 던져볼 수 있었습니다. 

 신약개발은 그전까지 연구했던 많은 것들을 바탕으로 실제로 세상에 유익한 연구를 해보자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지금까지 배워온 모든 지식을 다 활용할 수 있다고 느끼고, 지금까지 삶이 헛되지 않았다고 느낍니다. 과거가 있기에 지금의 자신이 있으니까요. 지금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과거의 경험 없이는 설명될 수 없는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목적이기도 하고, 자신을 돌아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아마도 앞으로도 다양한 시도를 계속 할 것 같습니다. 아직 세상엔 배워야 할것이 가득합니다. 언제라도 지난 1년의 삶이 지난 수십년보다 더 값진 삶이었다. 라고 말할 수 있을만큼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