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상황에서의 협력: 그 기묘한 관계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저는 터무니없는 상황을 목격하였습니다.

 그것은 전문연구요원 시험을 준비할 때였습니다.

 정원이 정해져있고, 상대평가이기에 누군가 합격하면 누군가가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시험이었습니다. 

 완전히 배타적 경쟁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니 수험생들은 서로를 적으로 인식하고 견제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전문연구요원 지원자들의 커뮤니티가 있었습니다.

 지원자 중 누군가가 커뮤니티를 개설하였고, 거기서 지금까지의 기출 문제나, 참고해야할 수험서에 대한 정보가 공유되었습니다. 심지어 지금까지 데이터와 기출 문제, 모의 문제등으로 합격 커트라인 예상 같은 것을 공유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굳이 고의로 거짓 정보를 올리는 사람도 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서로에게 친절하고 예의 바르게 행동하였고요. 

 경쟁적 상황에서 독점적 정보를 가진 자가 정보를 공개하는 행위는 어찌보면 자신에게 손해가 되는 행동일 수도 있습니다. 아마도... 올린 사람은 이익 손해에 대한 별 생각없이 그냥 정보 공유가 재미있어서 올렸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신뢰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자신의 것을 내놓으면, 다른 사람도 자신이 가진 것을 내놓는 일도 일어납니다. 

 만약, 누군가 저에게 돈을 주고, 다른 사람과 원하는 비율로 나누라고 한다면... 원한다면 100:0 까지도 가능하다고 해도..

 저는 자신이 전부 차지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돈보다 신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신뢰는 한번 만나고 끝인 관계가 아니라 지속되는 관계일 때 강한 힘을 가집니다. 

 내가 100을 저사람에게 전부 줄지라도, 그 사람이 앞으로 관계를 지속해서 나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면 그런 선택도 좋습니다. 굳이 어렵기 하나하나 이익 따질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사람에게 우호적인 태도로 살다보면 결국 자신을 우호적으로 대해주는 사람들이 나타날 것입니다. 

 

 예전에 저는 성악설을 기반으로한 성선설 이라는 개념을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인간이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을 때도 이타적 행위가 가능해진다는 가설이었습니다.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선, 한번의 만남으로 끝나는 관계가 아닌 지속되는 관계를 가정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 라는 곳은 그런 과정에 부합합니다.

 처음에는 계산적인 이타적 행위가 후에는 습관처럼 굳어져버린 후엔 그냥 자연스럽게 본성처럼 작용해버릴 수 있다고 봅니다. 

 

어떤 경진대회에서도 비슷한 일이 가능합니다.

 최고 단 한사람을 뽑는것이 목적이라면, 참 재미 없는 경진대회입니다.

 단백질 구조 예측 대회 CASP 는 집단지성과 경쟁적 협력관계를 이용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CASP 는 결과가 나온 후 자신들의 메소드를 공개하고 그 후에 다른 그룹에서도 그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과정이 계속 일어나고 수시로 기술은 상위 평준화 되어 버립니다. 

 그래서 온갓 좋은 아이디어들이 모든 경쟁자에게 퍼져버리죠.

딥마인드라고 하여도, 이런 기존에 쌓인 연구 기반 하에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캐글에도 참여했던 적이 있는데, 이걸 보고 참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일단, 참가자들은 대회가 진행중일 때부터 자신들의 코드나 아이디어를 다른 사람들에게 공개해버립니다. 

 한 사람이 생각해낼 수 있는 것 이상으로.. 집단 지성의 힘으로 한 사람의 한계를 넘어버립니다.

 이 대회의 최종 골은, 최고의 한 사람이 낼 수 있는 성과를 넘어버립니다. 

 

 놀라운 일입니다. 만약 우리가 어떤 예측모델을 필요로 해서 누군가에게 용역을 주는 것보다, 차라리 캐글에 올려서 상금을 걸면 훨씬 많은 연구자들이 참여해서 더 좋은 모델을 개발해주는 상황이 되어버리는 것이죠. 

 그 상금은 용역을 주는 것보다도 더 쌀 것이고요. 
 그런 대회를 기획했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놀라운 일입니다. 

 정말 생각하는 수준이 다른 것 같습니다. 최고의 한사람을 원하는 사람과, 그것을 뛰어넘는 성과를 원하는 사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