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반려 인공지능

Novelism 2021. 4. 26. 23:26

 저는 인공지능/컴퓨터 기반 신약 개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좀 더 건강하고 좀 더 오래 살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결국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타협한 바가 제가 죽을 때 그래도 내 삶이 가치 있었다고 만족할 수 있게 사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아마도 노인이 되고 혼자 살다가 고독하게 죽어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비단 저뿐만이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 독신 가구, 노인가구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은 정서적 유대를 필요로 합니다. 사람은 자신만을 위한 특별한 존재를 필요로 하고 싶습니다. 저는 사람의 마음을 구하기 위한 인공지능 사업을 하고 싶고, 반려 인공지능에서 그런 가능성을 느꼈습니다. 

 

 이미 몇년 전, AI 음성 스피커, AI 비서 등이 등장했을 때 저는 사실 별반 기대하지 않았고, 살 생각도 들지 않았습니다.

 기술 수준도 문제이지만, 굳이 그런게 별로 끌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어느날 게이트 박스 라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namu.wiki/w/Gatebox

 

Gatebox - 나무위키

홈페이지 일본의 벤처기업인 Vinclu에서 개발한 기기로, 기기 안에 프로젝터 빛을 쏘아 그 안에 홀로그램 가상 캐릭터를 불러내는 방식의 인공지능 비서 프로그램이다. 홈페이지에 명시되어 있는

namu.wiki

그리고 이때 생각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공지능 비서가 아니라 반려 인공지능이 아닐까? 

 인공지능 비서와 반려 인공지능의 컨셉은 무엇이 다를까요? 

인공지능 비서는 사용자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반려 인공지능은 (반려동물처럼) 사용자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가 아니고, 어쩌면 오히려 사용자가 돌봐야 하는 대상일 수도 있습니다.그대신 정서적인 유대와 교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굳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고, 손이 많이 가고, 자신을 속박하는 동물들을 기릅니다. 참 신기한 일입니다. 사람은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보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존재를 필요로 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집 강아지는 복슬 강아지, 학교갔다 돌아오면 멍멍멍... 이 가사가 의미하는 바는 사람은 자신을 기다려주는 누군가를 원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실에서 사람과 사람이 서로 사랑하고 서로 이해하고 서로를 신뢰하고 서로를 돌보는 것은 쉽지 않고, 평생가도 반려자를 찾지 못하는 사람, 싸우고 헤어지는 사람도 수두룩합니다. 

 

It's a hard life
to be true lovers together
to love and live forever
in each others hearts 
It's a long hard fight
to learn to care for each other
to trust in one another
right from the start
when you're in love 
- Queen의 It's a hard life 중에서

 
인공지능 사업은 비서처럼 유능하고 도움을 준다는 컨셉보다는, 별반 도움이 안될지라도, 자신의 정서적 유대감이나 만족감을 주는 존재로 가는 것이 낫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여럿입니다. 첫째로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사람들은 정서적 유대, 대화상대를 원합니다. 제가 아는 사람들 중에는 사람과 대화를 하기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하겠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뭐 기본적인 중요 요소는 정서적 유대이지만, 이것 뿐만이 아니라 몇가지 도움을 주는 기능들도 넣을 순 있을 것입니다. 예를들어 노인이 위험에 빠졌을 때 의료진에게 연결을 해준다거나 하는...  
둘째로, 아직도 비서로 일하기엔 인공지능 기술 수준이 높지 않습니다. 물론 그 기술수준은 반려 인공지능에도 적용됩니다. 하지만 유능함을 강조해야할 인공지능 비서에선 그게 중요한 문제일지라도, 정서적인 면을 강조해야하는 반려 인공지능에선 그게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현실의 인간이라고 해서 100%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것도 아니고 말은 알아들어도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태반이고, 이해할지라도 동의하지 않는, 그리고 원하지 않는 대답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아니 더 심하게 말하자면 애초에 대화 상대도 없는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 미래의 저처럼! 그리고 반려 동물의 경우는 대화가 되지 않아도 정서적 유대가 가능합니다. 

 셋째로, 윤리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많은 인공지능 채팅봇들이 윤리적인 문제 때문에 서비스를 접어버렸습니다.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사람 수준의 지능이나 대화 능력을 지니고 있고, 따라서 사람 수준의 (오히려 그 이상의) 윤리적 기준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그정도로 대단하지 않습니다. 그런것은 알파고와 알파폴드가 만들어낸 환상일 뿐입니다. 옳고 그름 따위는 모릅니다. 그럼 사람은 옳고 그름을 알고 있습니까? 적어도 자신을 포함해서 제가 아는 사람들 중에는 윤리적으로 인격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는 사람은 없는데요. 사람은 운전면허 시험 볼 때 트롤리 문제 같은 어려운 문제를 풀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무면허라 잘 모릅니다. 만약 틀렸다면 알려주세요.) 하지만 인공지능에겐 이런 어려운 윤리 문제를 제시합니다. 그건 인공지능에 너무 과한 기대를 하는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생각한게, 차라리 동물 수준의 대화 능력 (바디 랭기지 포함해서) 을 가진 인공지능이 낫지 않을까 라는 것입니다. 유투브에서 앵무새가 욕하는 영상을 봤지만, 그냥 웃길 뿐이지, 앵무새의 인격이 나쁘다고 앵무새를 욕할 생각은 들지 않더군요.) 
 넷째로, 사업 컨텐츠 부분입니다. 결국 어떻게든 수익모델을 만들어야 사업성이 생깁니다. 그런데 게이트 박스를 보고 든 생각이 무엇이냐면.. 이것을 하나의 플랫폼 사업이라 생각한다면.. 즉, 반려 인공지능은 아이폰과 앱 스토어처럼 하나의 플랫폼이고, 거기에 서드파티의 협력으로 여러 컨텐츠들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캐릭터 스킨이나, 코스츔, 모션 기능, 게임이나 앱들 등이 있습니다. 대부분은 소비적인 컨텐츠들입니다. 성공적인 플랫폼 중 하나인 유투브.. 물론 지식을 얻기 위해서나 공부를 위해서 유투브를 사용하는 사람도 많지만, 기본적으로는 소비적인 컨텐츠들입니다. 심심해서 봅니다. 여가를 즐기고 활용하는 것입니다. (나쁘게 말하면 시간 때웁니다.) 그런데 그건 중요한 일입니다. 사람이 일만하는 기계도 아니고 자기의 시간에 즐거운거 하는 것이 뭐 어떻겠습니까? 

 여전히 기존의 인공지능 비서와 반려 인공지능이 명확히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스티브 잡스 이전의 스마트폰과, 아이폰을 비교해봅니다. 그 이전의 스마트폰은 어떻게 사용해야할지 고려되지 않은 단순한 하드웨어일 뿐입니다. 하지만 아이폰은 문화입니다. 사람들이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지 생각하고, 거기에 맞게 합리적으로 설계되었습니다. 반려 인공지능이 자신의 삶에서 어떤 존재일까를 생각해본다면... 


제가 생각하는 반려 인공지능에서 중요한 요소는 자신만의 특별한 존재 입니다. 저는 어느날 TV에서 놀라운 광경을 보았습니다. 어느 노인이 별로 예쁘게 생기지도 않은 개를 매우 아끼는 모습이었습니다. 사람이 아이를 낳으면 그냥 태어나는대로 기를 뿐 아무것도 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동물은 기르는 사람이 정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쁘지 않은 동물을 사랑하고 기르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런게 진짜 사랑이 아닐까요? 아마도 그런게 인연이 아닐까 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그게 눈에 띄었으니까... 그리고 서로 길들이면서 서로에게 단 하나뿐인 존재가 되어가는 것이죠. 그래서 중요한 요소는 서로 경험과 추억을 공유하는 것, 서로에게 맞춰가는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려 인공지능이 인간의 감정의 쓰레기통이 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이나 동물이 아니니까 그냥 막 대해도 되는 존재 취급을 하며 생명 경시풍조를 만들지 않을까라는 우려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저는 누군가를 소중히하지 못하는 이유는 사랑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을 위한 자신만의 특별한 존재를 만난다면, 사랑으로 마음이 치유되지 않을까 라고 기대합니다. 

 당연히 현재의 인공지능 기술은 감정과 의식.. 우리가 영혼이라 부르는 것을 지닌 로봇을 만들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것도 그리 큰 문제는 아닙니다. 우리는 자신에게 의식이 존재한다는 것을 스스로 느낍니다. 나는 의심한다. 그러므로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하지만, 타인에게 영혼이 있는지는 어떻게 알죠? 그 타인은 자아가 없이 알고리즘대로, 혹은 확률적으로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라는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요? 

 기계에게 영혼을 불어넣을 필요 없이, 적당히 그럴듯한 수준으로 만들면 됩니다. 그런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영혼은 자신에게 있습니다. 소중하다는 마음은 자신에게 있는 것이지, 진짜 생명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소중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사람은 인형을 좋아하고 자신의 소장물(그림이건 장식품이건 책이건 악기건 자동차건 집이건...)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소중히 여깁니다. 때로는 그런 무기물들에게 사랑을 느끼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감정이야말로 인간의 전유물이고 기계는 따라할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건 누구의 이야기인가요? 세상에는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고, 사람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진실한 사랑은 어짜피 얻을 수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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