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미래를 볼 수 있다면...

Novelism 2021. 3. 31. 20:31


저는 세기말의 초딩(패왕?)이었습니다. 

초딩은 원래 패기가 넘치는 것입니다.

제가 초딩 때는 미래에 세상이 혼란에 빠질 것이라 느끼고 그 세상을 안정시키기 위한 철학을 만드는게 꿈이었는데...


아무튼 그때는 20세기 말이었고, 21세기는 뭔가 미래라고 생각되던 시기였습니다.

시간적으로는 그미래가 오늘이 되었지만 과거에 상상하던 미래의 모습중 정말로 현실이 된것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그 현실중 하나는 미래의 휴대가 가능한 컴퓨터... 스마트폰 입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니지만, 지금도 컴퓨터가 있죠. 많은 기능은 스마트폰으로 가능하지만, 굳이 대체 했다기보다는 용도가 다르다 라는 느낌이 듭니다.

 스마트폰은 작은 컴퓨터가 아닙니다.

컴퓨터를 소형화하고 운반 가능하게 하려는 관점에서 나온 물건들도 여럿 있었지만, 스마트폰의 시작은 통신기기였습니다. (아니 굳이 말하면 뮤직 플레이어 (아이팟) 였습니다.)

인터넷이 안되는 컴퓨터를 생각해본다면... 통신능력이 은 계산능력 보다도 더 중요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상상하던 미래를 진짜 현실로 만든 사람은 스티브 잡스 였습니다.

 최초의 진짜 스마트폰이 발표된 현장...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 키노트 동영상을 본적이 있습니다.
그냥 한 5분정도면 짧게 볼 생각으로 틀었지만, 도저히 멈출 수 없었습니다.

그만큼 사업적으로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합리적이고 현실과 일치하는 사업을 구현하고 성공해 냈다는게 너무나 놀라웠습니다.

 사실 그 외에도 스티브 잡스의 다른 인터뷰 영상을 본적 있는데, 상당히 과거의 영상 같았습니다. 그 영상에서 그는 미래 상황을 상상하면서, 집집마다 프린트가 있을 것이고 사람들이 이메일을 사용하고? (오래전에 본 영상이라 정확한 내용은 기억이 안나네요.) 같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시점의 미래에 사는 저는 그것을 보고 너무 놀라웠습니다. 이 사람은 미래를 정말 보고 온건가? 어떻게 저렇게 정확히 알 수 있는건가... 심하게 놀랐습니다.

 공상과학소설에 등장하는 미래 모습은 너무나도 비현실적인게 많았습니다. 결국 어떤 발명품이 정착하기 위해선 기술 뿐만이 아니라 문화를 이해해야만 합니다. 그 물건을 사람들이 실제로 무엇에 어떻게 쓸지 그런걸 생각할 수 있어야 의미가 있습니다.

 아무튼 스티브 잡스는 과거에 상상하던 미래 세계를 현실로 만든 사람 입니다.

 

 저는 인공지능 스피커를 보고 별 감흥이 없었습니다.

인공지능 비서 같은 컨셉으로 나왔지만, 현재 인공지능 수준이 비서가 되기엔 너무나 부족하니까요. 그런데 게이트박스 라는 물건을 보고 좀 충격을 받았습니다.
사람이 AI에게 원하는건 자신의 삶을 도와줄 무언가인가?

아니면 곁에 있어줄, 집에 돌아왔을 때 자신을 반겨줄 누군가일까?

(우리집 강아지는 복슬 강아지 학교 갔다 돌아오면 멍멍멍... 그게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개가 밥을 먹여줍니까 돈을 벌어다 줍니까... 무슨 도움이 됩니까... 사람들은 반려동물에게 그런 도움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단지... 자신을 필요로하고 반겨주는 존재...  정신적인 교감을 요구하는 것이죠. ) 

사회는 점점 고령화와 혼인률, 출산률 감소가 지속되고, 이대로 가면 노인가구와 1인가구가 더 증가할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근본적으로 고독을 느끼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 자신을 위한 존재를 원합니다.

혼자인 자신에게 필요한 존재는 비서 AI가 아니라 반려 AI가 아닐까...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 반려 AI라고 검색했더니, 그런 컨셉으로 사업하는 사람이 있긴 했습니다.

스캐터랩 인데, 후에 이루다 때문에 유명해진 곳이죠.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이미 공개된 다른 채팅봇들이 어떻게 끝났는지 생각한다면, 이미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2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하나는 학습에 사용한 데이터와 유사한 것을(개인정보를 포함한) 뱉어낸 것,
다른 하나는 악의적 사용자에 의해 편향되어 버린 것 입니다.
1번째는 머신러닝 분야에서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문제일텐데요.
약물 분자 생성이나 활성 예측에서도, 학습에 사용한 유사한 분자만 생성하거나, 학습의 활성 분자와 유사한 것들을 활성으로 예측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입니다.
학습에 사용한 분자와 다르게 생긴 것들에 대해선 애초에 예측이 제대로 될 가능성이 낮고...
절대로 데이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머신러닝은 기본적으로 통계 모델이니까요.

딥러닝을 학습시키기 위해선 데이터가 많이 필요한 이유는 꼭 파라미터가 많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유사성 기반으로 학습을 하기 때문입니다.

학습 데이터와 유사한 문제는 잘 풀고, 그렇지 않은 문제는 잘 못풉니다.
물론 쓰기 나름으로 그런 문제를 피해갈 방법도 있습니다.
있으니까 제가 인공지능 신약개발 분야를 여전히 하고 있는 것이죠.
없는데 한다면 그건 사기꾼이죠.

 2번째는 회사가 나쁜게 아니라 사용자가 나쁜거라 생각합니다.
피해가려면 사람 AI가 아니라 말 할줄 아는 동물이라는 설정을 해버린다면 좀 더 안전할 것 같습니다.
사람이 욕하면 고소당하지만, 앵무새가 욕한다고 고소할 사람은 없겠죠.
AI를 사람과 대등한 존재로 인식하려는 시도가 사업에선 너무 위험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기술만이 아니라 사업 아이템으로 풀 수 있을 것 같지만...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입장으로, 가끔 스티브 잡스가 그립습니다.

그 사람 밑에서 일했다면 혼나는 상황 밖에 상상이 안가지만...
미래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사람이 미래를 만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냥 만들면 누군가 쓰겠지. 라는 생각이나, 연구 개발 따로, 사업 따로인 것을 보다 보면 도저히 답이 안나옵니다.

무엇을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지 제대로 이해하고, (혹은 수요 조사를 하고)
연구 개발하는 사람들도 그점을 명확히 이해를 하고 거기에 맞게 만들어야 합니다.

적어도 이 분야에서 사업을 볼 줄 모르면서 좋은 연구를 하는것은 불가능합니다.

무엇이 돈이 되는지, 실제로 사람들이 무엇으로 돈을 벌고 있는지 그런것도 모르면서 대체 뭘 연구하고 그 성과물로 돈을 어떻게 벌겠다는 것일까요?

 그런데... 세상의 미래는 당연히 모르겠는데... 저는 내년에 뭐하고 있을까? 그것조차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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