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사업에 대한 생각

Novelism 2021. 5. 6. 18:20


 저는 한 사람의 연구자로서 자신의 연구가 세상에 유익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필요한 연구를 하고, 연구성과를 실용화하고 싶었습니다.

 한때 제가 하던 연구로 창업을 할 수 있을까 진지하게 검토해본 적이 있었습니다. 

 팀도 꾸리고 사업 아이템과 사업성 고려도 하고 컨설턴트도 만나고 여러가지를 해봤지만, 결국 여러 이유로 포기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업이라는게 무엇일까 생각도 많이 해보게 되었습니다. 

 

처음 생각했던것은 단백질 구조 예측 연구를 활용한 사업이었습니다. 하지만 단백질 구조 예측 그 자체로는 기술 수요도 부족하고, 수익모델을 만들기 어려웠습니다. 무엇보다도, 수요가 있는지 없는지, 누구를 대상으로 사업을 해야할지를 찾기 너무나 어려웠습니다.  처음 컨설턴트 앞에서 기술을 발표했을 때, 그분은 저에게 창업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라고 하셨습니다. 그때는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기술력은 국내에서 최고였고, 세계에서도 몇 순위 안에 들어온다고 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때는 창업할 준비라는것은 필요한 기술을 개발한 것 이라고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아무튼 단백질 구조 예측 자체의 사업성은 의문이 들어서 그 대신, 컴퓨터 및 인공지능 기반 신약개발로 방향을 트는 쪽으로 생각했지만, 여전히 그것도 사업성을 만들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그냥 사업 자체는 포기했지만, 인공지능 신약개발은 앞으로 유망해볼테니 그 분야의 연구를 하는 쪽으로 제 연구 방향을 바꿨습니다. 학계에 1년 더 있다가, 회사로 이직한 후에 사실 좀 심하게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사업성에 대해서 나름 할 수 있는한 검토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창업한 회사들은 제가 검토한 것 만큼조차 검토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누가 고객인지, 수요가 어느정도이고, 고객의 수요와 기술수준이 어느정도이고, 그분들이 정말로 월 원하는지, 그리고 원하는 것을 줬을 때 얼마를 받을 수 있는지 (수익성이 있는지, 어느정도 규모로 해야할 사업인지) 아무것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창업을 한 분들이 상당수였습니다. 하다못해 기술과 인력을 확보하고 창업한 분은 더욱 소수였습니다. 그보다 더 아래로, 신약개발이 무엇인지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제가 처음 창업을 고려했을 때 구성한 팀의 기술과 인력이 여전히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 생각할 정도입니다. 그인력으로 창업 못한 제가 바보 같이 느껴지기도 하고, 한편으론 안한것이 다행이라고 여기기도 합니다만... 대체 인공지능 신약개발로 창업한 분들 중, 최대의 고객일 제약사에 무엇을 원하는지 제대로 물어본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스럽습니다. 

 골목식당을 자주 보는데, (저도 요리하고 누군가에게 먹이는 것을 좋아하고, 요식업 사업에도 관심이 많은데... 애초에 이공계 진로표를 보면 요식업계 진출 이라는 항목이 있는 경우도 있고요) 그 방송을 보면 사업에서 수요조사와 수익모델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혼자 식당을 해도 본인이 사업가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하지 않으면 아무리 열심히 해도 일반 직장에서 월급 받는 것보다 수익이 적고,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창업을 하신 분들이 정말 사업성 검토를 했는지, 본인 하는 사업에 대해 이해를 한것인지 의문스러운 분들이 많습니다. 차라리 실력있는 사람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분은 좋은 편에 속합니다. 하지만 본인이 그 사람의 실력을 판단할 수 있을까도 중요한 문제이죠. 


사업의 경제적 본질은 그 사업을 통해서 투입한 돈보다 더 많은 수익을 얻는 것입니다. 
물론 그것만이 아니라, 사업은 세상에 필요하고,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돈만 벌 수 있다면 사기를 치거나, 불량품을 팔거나, 식재료에 불순물을 넣어서 중량을 속이는 행위 같은 것은 정당한 사업으로 취급할 수 없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아담 스미스를 상당히 높게 평가합니다. 그는 인간이 수익을 추구하는 마음과, 그 행위가 사회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제시하였습니다. 그 이전까지 성악설을 주장하는 사람은 인간이 욕망을 가진 존재이기에, 그 욕망을 억제해야 사회가 올바른다고 주장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인간의 욕망을 존중하여도 사회가 무너지지 않는다는 생각은 매우 혁신적이면서도, 인권을 인정받기 위해서도 중요한 주장이었음으로 보입니다. 그의 다른 저서인 도덕감정론을 읽어보면, 그가 인간의 본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했음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원하는 사업의 형태는, 수익성이 있으면서도 사회적으로도 유익한 기여를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수익성은 사업에서의 지속 가능성이라 생각합니다. 수익성이 없다면, 국가에서 계속 돈을 투자해야하고, 투자가 끊어지면 원점으로 돌아가버릴 뿐이니까요. 

 

 수익성은 현재의 것만이 아닙니다. 당연히 처음 회사를 설립했을 때는 바로 모든것이 준비되어있지 않고, 원하는 규모에 도달해있지도 않습니다. 사업모델에 따라선 작은 규모에서부터 수익이 가능하지만, 어느정도 이상 규모에 이른 후에야 흑자가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신약개발 분야처럼, 실패율이 매우 높은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사업이건, 본질은 언젠가는 수익이 날 가능성이 있다는 가정하에 사업이 성립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파생되는 수익 모델이 여럿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출구전략입니다. 

 회사는 하나의 일관된 개체가 아닙니다. 여러 개인과 이익집단이 모인 하나의 단체입니다. 그리고 수익을 추구하는 주체는 회사이기도 하지만, 회사를 구성하는, 혹은 투자한 구성원들 전부 자신들의 수익을 추구합니다. 회사의 수익모델은 기본적으론 사업을 통하여 이익을 얻는것이지만, 회사의 설립자, 투자자들의 수익 모델은 그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 

 만약 어떤 회사가 앞으로 영구적으로 흑자를 낼 수 없다면, 그 회사의 가치는 매우 낮은, 혹은 무가치하다는 평가를 받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적자인 회사가 회사가 사업 계획적으로 5년 이후에 수익을 낼 수 있고, 그 수익의 폭이 그동안의 적자보다 더 크고, 투자자에게 충분한 보상을 지불할 수 있을 만큼라면, 그 회사엔 얼마의 가치를 매길 수 있을까요? 만약 그게 결정된 미래라면, 높은 가치를 매길 수 있겠죠. 수익률 자체 뿐만 아니라 단위 시간당 수익률 이라는 것도 중요합니다. 미래는 불확실하기에, 정말로 계획대로 된다는 보장이 없으니, 실제로 그 시점에 도달해서 계획대로 진행되었음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불확실에 의해서 그만큼 가치가 인정받기 어렵겠죠. 예를들어 5년후의 기대 수익으로부터 가치가 500억이라 책정했다면, 현재는 그보다 훨씬 낮은 가치가 매겨질 것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큰 가치가 매겨질 것입니다. 지분 투자에서 본질적인 수익모델은 사업으로 얻은 이익을 주주들에게 배당으로 환원하는 것이지만, 이것만이 주주의 유일한 수익 모델은 아닙니다. 예를들어 5년 후에 5년후 주가 가치대비 배당률이 5% 라고 해봅시다. 그런데 현재가로 주식을 산 사람에겐 매수가 대비 배당률이 5%보다 훨씬 높을 것입니다. 다만 5년동안은 배당금이 0원이겠죠.  
투자자는 현재가 아니라 미래의 가치를 보고 투자합니다. 그런데 모든 투자자가 배당 수익만을 노리고 구매하는 것도 아니고, 항상 끝까지 주식을 들고 있으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최초 1년의 수익을 생각하고 보고 투자하는 사람, 5년을 생각하고 투자하는 사람, 1년 이후에 어느정도 가능성이 보이면 투자하려는 사람등...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주식은 회사로부터 구매하는 것 이외에도 투자자들끼리 거래가 가능합니다. 즉, 회사가 수익이 나기 이전 기간동안 주식을 보유하여도, 만약 자신이 매수한 금액보다 더 비싸게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주식을 팔고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현재는 배당금보다 주가 상승으로 인한 수익을 원하는 사람들이 더 많죠. 투자자뿐만 아니라, 설립자도 평생 자신이 회사를 경영하려 하지 않고, 자신이 생각하기에 적당한 시기에 자신의 지분을 팔기를 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파생이 너무 커지다보면 때때로 본질이 무시되기도 합니다. 회사의 수익모델이 튼튼해지는게 아니라, 규모만이 커지고 적자는 늘어나는 대도, 주가는 올라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것이 지속가능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언젠가는 수익이 난다는 가정이 없다면 그것은 사업으로서 성립할 수 없습니다. 규모가 커지면 뭐든 될거다.. 라는 생각은 무모합니다. 규모가 왜 커져야 하는지, 그것자체가 처음부터 수익 모델에 명확히 제시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제 생각을 말하자면 기분 나쁩니다. 정작 글러먹을 회사의 아이템을 제대로 고쳐주는건 사람(새로 들어온 직원 이건, 자문가이건, 투자자이건)인데, 규모가 커지면 어떻게든 된다는것은 그 중요성을 간과하는 것입니다. 현실은 어떻게든이 아니라 유능하고 열정있는 누군가가 고민해서 해결책을 만들었기에 수익 모델이 합리적으로 변하는 것인데, 이런걸 어떻게든 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노력한 사람의 가치를 무시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회사의 초기 수익모델에 문제가 있어서 그 사업을 접고 다른 사업을 하는 일들은 흔히 있습니다. 딱히 바꾸는것 자체를 뭐라 하는건 아니지만, 애초에 잘못된 수익모델을 만든 사람에게 잘못이 없다고 할 순 없습니다. 단지 규모를 키우기 위해 이슈만을 내세워서 사업모델을 만든 사람들 때문에 정작 그 일을 제대로 해보겠다는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사업이 무너져버린다면 그런게 좋은사업이라 할 수 있습니까?

 진짜로 일을 할 생각이 없이 투자만 받고 돈벌고 나갈 생각뿐인 창업자가 의지와 열정을 가진 인재를 뽑아다가 정작 아무런 결과를 못내게 만들고, 부실 회사들의 난립에 의해 그 분야 자체에 실망이 쌓이고, 그 결과 그 분야 자체가 몰락하게 만든다면... 저는 이공지능 신약개발 분야가 이런 상황이 되지 않을까 깊히 우려하고 있습니다. 돈을 벌고 싶다면 제대로된 결과를 내놓고 그것으로 돈을 벌어야지 사업을 망치고 돈을 버는 모델은 사업이라고 인정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할 수 없는 일을 무리하게 수주해 실적을 부풀리고, 먹튀를 한다거나... 그냥 돈을 바라고 온 사람들은 돈 많이 벌 수 있다면 바로 다른 분야로 가버리겠지만 정작 피해보는것은 그 분야를 제대로 해보려는 열정있는 종사자들입니다.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간의 본성과 통치 철학  (0) 2021.05.07
돈보다 소중한 것  (0) 2021.05.07
반려 인공지능  (0) 2021.04.26
미래를 볼 수 있다면...  (0) 2021.03.31
말하지 않으면 모릅니다.  (0) 2021.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