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97

집에 벌이 들어왔습니다. 항상 방충망을 닫아두는데 대체 어디로 어떻게 들어온 것인가요? (하루에 10마리씩 보이는 모기는 대체 어디로 들어오는 것인가요?) 그보다 이 벌 뭔가 무섭습니다. 말벌 같아보이는데... 크기는 한 2cm? 파리채로 밀면 파리채 위에 올라가는데, 파리채를 들고 창밖까지 데려가려 하면 계속 날아서 도망갑니다. 파리채로 쳐서 죽일 수 있지만 뭔가 귀여워보여서 안죽였습니다. 말 안듣는 놈이 귀여운 것이죠. 한 20번쯤 시도해서 겨우 내보냈습니다. 다신 오지마라! 올거면 집세를 대신 내주던가...

이야기 2021.10.12

반려 동물과 인공지능

저는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하고 싶은 일이 여럿 있습니다. 일단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인 신약개발, 좀 더 장기적으로, 반려 인공지능이 있습니다. 반려 인공지능은 인공지능 비서가 생활과 업무의 서포트를 지향함과 반대로, 인간과 정서적인 유대, 교감을 지향합니다. 물론 현재의 인공지능은 감정을 가지지 못하기에 진정한 교감은 아닙니다. 사람은 직접적으로 타인의 마음을 볼 수 없습니다. 상호작용을 통해서 타인을 인식하고, 자신의 마음에 비추어 감정을 추정할 뿐입니다. 인간과 인간의 교감마저도 근본적으로 따져보면 진짜 교감인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립니다. 하지만 사람은 비록 생물이 아닐지라도 물건에 정을 붙이는 존재입니다. 인형이 좋다고 들고 다니는 사람도 있고, 캐릭터와 결혼하겠다는 사람도 있으니 정서적인 안정이 ..

이야기 2021.09.07

절차상의 정의

가치관에서의 정의는 가치관의 수만큼이나 다양합니다. 무엇이 옳은가? 그것은 가치관마다 다릅니다.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전부 만족할 수 있는 것은 매우 드뭅니다. 그나마 어느 정도 보편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관 정도는 제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모든 사람이 동의하진 않고, 동의한다 하여도 따르진 않습니다. 절대적인 모든 사람이 동의하고 따르는 가치관은 불가능하겠지만, 그래도 인간이 다툼을 끝내고 함께 살아가기 위해선 서로 동의하고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것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로남불은 안됩니다. 정의에 대한 가치는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적용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가능한 논리적으로 모순이 없어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선택이 가능해야 합니다. 우리는 사실과 가치판단이 마구 섞여 있는 어려운 ..

이야기 2021.09.03

인간이 인간을 이해한다는 것

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직접 볼 수 없습니다. 어디 인간뿐이겠습니까? 우리는 다른 존재가 있다는 것을 측정(상호작용)이라는 행위를 통해서만 알 뿐 직접 보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도 우리는 타인의 마음을 알 수 있다고 느낍니다. 그것은 인간에게 동감 능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동감 능력은 초자연적인 것도, 영적 능력도 아니 닙니다. 도덕감정론의 저자 애덤 스미스의 견해에서 동감은 타인이 처한 상황을 자신이 겪는다고 상상함으로써, 그 사람이 느낄 감정을 이해하고, 자신도 그 감정을 느끼는 것입니다. 이중에서도 특히 그 감정을 느끼는 현상은 매우 신기하고도 중요한 것입니다. 사람들이 동감 능력이 부족한 사람에 대해서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생각해보면 동감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윤리 의식은..

이야기 2021.08.01

스타트업에 필요한 사람

솔직히 스타트업에 다닌 지 2년 조금 넘은 제가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제 생각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사람은 2년 만에 꼰대가 되는 거죠.) 저도 창업을 결심한 적도 있고, 구직자 입장에서도, 구인자 입장에서도 어떤 사람이 회사에 필요할까에 대해 많이 고민했습니다. 저는 지금은 제가 일하는 분야에서 상당히 경력이 맞는 사람이 되어 있지만, 당연히 다른 분야에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별로 끌리지 않는 사람, 왜 지원했는지 모를 사람입니다. 사실 단백질 구조 예측 분야를 떠났을 때, 차라리 다른 분야로 가볼까 해서 상당히 다른 쪽에 지원해보기도 했습니다. 뭐 지원하고 면접 봤던 회사 분들께는 미안하지만, 그냥 서로 알아보자는 생각으로 지원한 것 뿐이고 굳이 꼭 들어가겠다 같은 생..

이야기 2021.07.23

역사를 배우는 이유

역사를 배우는 이유가 하나뿐일 수도 없고, 모든 사람에게 이유가 같을 수도 없으니 그냥 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사람은 무언가를 원하지만,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왜 원하는지를 명확히 모를 때가 많습니다. 저는 역사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이유를 몰랐습니다. 대학생 시절 교양 수업으로 역사 관련 과목들을 배우면서, 그 이유를 찾고싶어했습니다. 단순히 생각하면 역사는 어느정도 반복되는 것이고, 교훈이기 때문에, 배워두면 유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납득이 안되고 만족할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남의 역사보다, 우리의 역사를 배우는 것이 중요하고, 고대사보다는 현대사를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단지 교훈을 얻기 위해서라면, 굳이 우리의 역사를 배울 필요 없이..

이야기 2021.07.10

느슨한 윤리관

정의는 죽었습니다. 죽을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은 급변하고 혼란스럽고 살길은 점점 막막해지고... 제가 어린 시절엔 지구촌이나 세계는 한가족이니 하면서 착하게 살라, 이웃에게 친절하게 대하라고 가르쳤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정의란 무엇인가... 유학사상에서 전해내려오는 의를 표현하는 말 중 견리사의 견위수명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익을 보면 그것이 의로운가 생각하고, 위기를 보면 목숨을 바치라는 말입니다. 논어에 나오는 말로, 안중근 의사께서 좋아하는 말이었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살신성인 같은 표현이 있겠군요. 훌륭한 생각입니다. 비단 유학사상을 제외하고도, 전통적인 의, 혹은 정의 대한 관념은 비슷했습니다. 약자를, 혹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는것..

이야기 2021.06.24

목적과 수단

뮌헨의 시민전쟁에서 경험한 사실들을 통하여 나는 오래전부터 정견은 큰 소리로 선전하거나 실제로 달성하려고 노력하는 그 목표를 바탕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다만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한 수단에 따라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부당한 수단은 이미 그 수단을 사용하고 있는 장본인부터 그 명제의 설득력을 스스로 믿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예로부터 내려오는 원칙, 즉 '악을 위해서는 허락되지 않는 수단이라도 선을 위해서는 허락될 수 있다'는 원칙이 여기서도 적용될 수 있는 것일까? ... 세계사에서 유감스럽게도 되풀이 관철되고 있는 이 견해가 여전히 옳은 것이라면 도대체 누가 선과 악을 결정하는 것일까? ... 어떤 일이 선이냐 악이냐를 결정하는 것은, 그 일의 성취를 위하여 ..

이야기 2021.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