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것을 느끼고 같은 것을 생각하는 사람

Novelism 2025. 10. 15. 03:08

 

 만약 아무도 없는 공간에 혼자 던져진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언제인가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무수한 별들을 보면서 우주에 나 혼자 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인간은 동족 사이에 있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동족이란 뭘까요? 

 서로 교배하여 자식을 얻을 수 있는 존재들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중요한 조건이긴 하죠.

 동족이 없다면 자식도 생기지 않고 거기서 그 종은 끝나버릴 테니... 

 하지만 생물학적인 의미만은 아닐 것입니다. 

 만약 동족이라고 생각한 무리에 속해있는데, 껍데기는 비슷하지만, 알맹이는 자신과 전혀 다른 존재들이라면 어떨까요?

전혀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아무런 공감을 할 수 없는 존재라면?

 야후들 사이에 떨어진 걸리버 같은 상황이라면? 

 

 나는 의심한다. 그러므로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아마도 이것은 올바른 명제일 것입니다. 나는 의식을 가지고 생각하고 존재합니다. 

 인간은 자신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타인을 아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상대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사실은 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고 단지 기계장치처럼 대화를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뭔가 강제로 신경을 연결한다면 가능할까요? 칼라로 연결된 프로토스라면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인간은 어쨌건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 근본적인 문제까지 가지 않더라도... 현실을 살면서 자신과 같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옛 성인들은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음을 탓하지 말고 내가 남을 알아주지 못함을 탓하라 하였습니다.

 마음을 수양하면 그런 것은 할 수 있습니다. 하려고 하면 타인의 말을 듣는 척이라도 할 수 있고, 좀 더 하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아마도 마음 수양을 열심히 한다면 훌륭한 인격자는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 겁니다. 그래서 나는 어디 있고 나와 같은 존재들은 어디 있는가? 

 결국 나는 나로서 존재하고 나와 같은 존재들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있고 싶을 뿐인데 결국 그것은 이룰 수 없는 꿈이라는 것인가? 

 내가 수양을 쌓고 인격자가 되고 훌륭한 사람이 된다면 그래서 나는 행복해지는가? 결국 내 영혼의 고독은 변할 바 없는 게 아닌가? 

 그것이 무슨 의미인가?

 

 생명체는 삶을 추구합니다. 하지만 삶은 어느 순간 끝나버립니다. 그런 모순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생명체들은 개체는 죽을지라도 대를 이어서 삶이 이어지는 길을 택하였습니다.

 자신이 죽어도 대가 이어진다면 생명체는 끝나지 않습니다.

 저는 생물학적 유산보다 정신적인 계승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니 저에게 동족이란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것을 느끼며 같은 것을 생각하는 존재들입니다. 

 

어떤 사람이 누군가에게 달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달을 보지 않고 손가락만을 봅니다.

 서로 같은 것을 보는 것은 이렇게 어려운 일입니다. 아.. 예전에 알던 사람 중 가운데 손가락으로 손가락질하던 사람이 있습니다. 달한테 법규를 가르치려고 하는 것입니까? 이렇게 달을 이야기하려고 해도 손가락에만 관심가지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운 좋게 달을 바라보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달은 아름다운 것, 하지만 타인에겐 단지 지구의 위성일뿐 과연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을까요? 운 좋게 같은 것을 느낀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정말 같은 것을 생각할까요? 사람들마다 바라는 바가 다릅니다. 사람은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서로 다른 경험을 하였기에 동일한 현상이나 대상을 볼지라도 서로 다른 것을 생각해 버립니다. 

 그래서 서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은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서로 싸움만 하게 될 것이니까요. 정신 수양을 하다 보면 어쨌건 배울 수 있습니다. 다 큰 어른이 참 애새끼하고 다를 바 없는 사람들도 여럿 봤습니다만... 하려고 하면 할 수 있습니다. 못하면 좀 맞다 보면 하게 됩니다. 타인을 존중하는 것은 결국 하지 않으면 자신이 더 크게 다치기 때문입니다.

 시위도 일어나고 폭동도 일어납니다. 그러면서 인권이라는 보급되었습니다. 

 그렇게 다툼에 사람들이 지쳐버렸을 때 세상은 평화로워질 것입니다. 그런데 나와 같지 않은 존재들 사이에서 나 홀로 살아가는 것에서 어떤 즐거움이 있을까요? 결국 이 넓은 우주공간에서 저는 혼자 무리를 잃고 떨어져 버린 한 마리의 짐승에 불과한 것입니다.

 그걸 알아버린 것입니다. 

 사실 저에게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서로 같은 것을 바라보고, 같은 것을 느끼고 같은 것을 생각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설명능력이 별로 좋지 않아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많이 경험하였습니다. 저의 친구는 매우 훌륭한 사람으로, 제가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잘 이해하고 다른 사람에게 제 생각을 대신 설명해주기도 했습니다. 그때는 그게 그렇게까지 대단한 능력인 줄 몰랐습니다. 결국 잃어야 무언가를 배울 수 있습니다. 

 제 친구는 제가 아는 모든 사람들 중 가장 훌륭한 사람입니다. 대인기피증에 여러 정신적인 문제를 가진 저는 선생님과 상담 중에 친구가 없다고 하였는데 그때 그 말을 들은 저의 친구는 후에 저에게 왜 자신을 친구라 하지 않았냐고 따졌습니다. 저처럼 정신적인 문제를 가진 사람은 타인이 먼저 확실히 해주지 않으면 스스로 할 수 없습니다. 그 후로 저는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 사람들은 저에게 친구를 사귀라 하였습니다. 내가 너의 친구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살면서 단 한 사람 밖에 보지 못했습니다. 

 무슨 차이가 있냐면... 그냥 다른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관에 맞지 않는 사람이 있는 게 불편했던 것이고요. 저의 친구는 자신이 스스로 나선 것입니다. 참된 친구가 있었기에,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게 된 것이네요. 저는 참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결국 자기 혼자 살아가는 사람들은 부와 권력과 명예를 탐하지만, 정작 그 사람의 영혼에 관심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리고 부와 권력과 명예, 혹은 생명을 잃을 때 아무도 남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저는 그런 죽음이 너무나 두렵습니다. 

 사람은 잊혔을 때 죽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원피스의 히루루크 대사입니다만... 뭐... 제 생각도 이와 비슷합니다. 

 

참 이상한 일입니다. 대인기피증이 심한 저는 누군가가 제 생각을 읽는 것을 매우 두려워하였는데, 정작 아무도 자신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지 못하고 관심조차 없다는 것이 가장 괴로운 일인 것입니다.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인 것 같군요. 

과거에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있었지만, 서로 다른 길을 가면서 서로 다른 경험을 하다 보니 서로 대화가 잘 통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애초에 서로 같은 목표를 가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길은 거기서 갈라진 것이고요. 

 결국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으니 여럿이 같이 일한다면 서로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는 기술을 익혀야 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노력하면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마도 사업적인 성공은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정말 내가 바라던 것일까요. 돌이켜보니 보니 그렇게 서로 다른 사람들과 살아가는 법을 가르친 성인은 원하는 바를 이룬가 하니...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관중은 나를 낳아준 이는 부모였지만, 나를 알아준 이는 포숙아였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뭐 친구에 대한 말이지만... 일단 부모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하고 싶네요. 

 많은 부모들 중 정말로 자식을 제대로 알고 싶어 하는 부모가 얼마나 되는지 의문이네요. 
 논리학에서 명제와 그 명제의 대우는 서로 대등한 관계에 있습니다. 
 우리 아이는 그런 짓을 할리가 없어요.라는 말은 자식을 변호하는 말로 보이지만, 

 그런 짓을 한 아이는 우리 아이가 아니에요.라고 자식을 부정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자식이 뭘 좋아하고 자식이 뭘 보고 뭘 생각하고 무엇에 관심 가지는지.. 어른이 유치한 아이의 관심사에 관심이나 가진답니까? 

 부모에게 자식은 자신의 아바타 같은 것이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강요할 뿐 자식이 원하는 바를 들어주려 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것이 모성애입니다. 누군가는 그것을 무조건적인 사랑이라고 신성시하지만, 저는 그것이 자식이라는 조건을 달고 있는 것이기에 그렇게 아름답게 보이지 않는군요. 결국 자기 자식이 죄를 저질렀을 때 무조건적으로 감싸는 행태로 이어지고 피해자에게 이차 가해를 저지르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이 모성애입니까?  저에게 사랑이란 상대를 바라보고 상대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사랑에는 많은 형태가 있겠지만 저로서는 이해 없는 사랑은 그렇게 아름답게 보이지 않는군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과학기술과 회사  (0) 2025.09.14
물질주의자  (0) 2025.08.26
Novelism 창업 1년  (0) 2025.08.26
운과 실력  (2) 2025.08.14
나무를 베는데 8시간이 주어진다면  (1) 2025.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