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만든 요리는 돼지갈비 오븐구이입니다. 컨벡션 오븐을 구매하고 (아마도) 처음으로 만들어본 고기 요리였습니다. 그때는 집 앞에 마트도 있었고, 옆 집에 함께 술 만들던 사람도 살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대학원 간다고 이사가 버린...) 새로운 요리 기구를 구했다고 들떠서 집 앞 마트에 옆집 사람과 함께 돼지갈비를 사러 갔는데... 썰지 말고 통으로 달라고 이야기했던 게 생각나네요. 맛있었습니다만, 그 후로 마트가 사라지고 다른 요리들 만들다 보니 몇 년간 안 만들고 있었네요. 그냥 옛날 생각나서 만들어봤습니다. 초심을 잊지 말자는 마음으로...
보통 돼지갈비라 하면 예전에는 돼지의 특정 부위를 지칭하는 말이었지만, 지금은 양념 혹은 요리 이름을 지칭하는 말이 되어버렸습니다. 20년 정도 전쯤 돼지갈비를 갈비 이외의 부위로 만들어서 파는 식당들이 있었는데, 이를 돼지갈비라고 해도 되는지 법적 논란이 있었고, 그때 돼지갈비라는 용어는 돼지 부위를 지칭할 뿐만 아니라, 요리 이름이라는 해석이 내려지면서 지금은 돼지갈비라고 하면 부위보다는 요리를 지칭하는 용어가 되어버렸습니다.
요즘에는 돼지갈비를 갈비로 만드는 곳이 오히려 잘 보이지 않고, 목살이나 앞다리살로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뼈가 붙은 고기 특유의 맛이 있는 갈비를 좋아하긴 하지만, 뼈에 붙은 고기를 성형하는 게 좀 번거로운 일이기도 하고, 요즘 사람들은 뼈에 붙은 고기보다 목살 같은 부드러운 부위를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앞다리살이면 몰라도 목살은 갈비보다 오히려 비싼 부위입니다. 지금은 앞다리살도 갈비보다 더 비싼 부위가 되었네요.
닭갈비도 부위가 아닌 요리 이름이죠. 계륵을 굳이 사 먹는 사람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KFC에서 팔긴 하던데...
중국 요리 중 어향이라는 이름이 붙는 요리도 물고기 요리가 아니라, 물고기 요리에 사용하는 양념 이름이라고 합니다.
보통 정육점에 가면 돼지 갈비가 있긴 한데, 집 근처에 정육점이 없다 보니 인터넷으로 구매했습니다.
돼지갈비로 검색하면 양념 고기만 나오고 정작 돼지갈비는 잘 나오지 않습니다.
돼지 통갈비라 검색하니 몇 개 나오긴 하더군요.
대형마트들은 이걸 통으로 안 팔고 썰어서 찜용으로 파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에 찜용으로 썰어서 파는 것도 구워봤는데 통에 비하면 맛이 떨어집니다.
보통 돼지갈비 오븐구이는 등갈비를 사용한 바비큐 폭립이 더 유명합니다. 하지만 저는 등갈비를 별로 맛있게 먹어본 적이 없고, 돼지 등갈비는 비싸고 고기가 적어서 별로 선호하지 않습니다.
쪽갈비라는 용어도 있는데, 때때로 갈비를, 때때로 등갈비를 지칭하는 것 같습니다.
요리하다 보면 용어가 마음에 안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찜이라고 부르는데 찌는 게 아니라 조려버리는 요리이거나, 불고기라고 하지만 실제론 물고기이거나, 산초하고 초피도 구별이 안된다거나 갈비는 부위가 아닌 요리 이름이거나, 생선 곤 이하고 이리하고 애를 제대로 구별하지 않는다거나... 언어의 사회상이라는 것이 참 무서운데, 잘못된 표현도 계속 많은 사람들이 쓰면, 맞는 표현을 쓰면 오히려 대화가 되지 않는 경우가 생깁니다.
과반 이상의 사람이 "수박"을 "몽미"라 부른다면, 결국 "몽미"가 "수박"이 되는 것입니다. 얼마 후엔 사흘이 3일이 아니라 4일이 돼버릴지도 모르죠. "금일"이 "오늘"이 아니라 "금요일"이 되어버릴지 누가 알겠습니까?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대체 돼지갈비를 뭐라 검색해야 찾을 수 있냐는 것입니다. 돼지갈비를 돼지갈비라 부르지 못하고... 이 글 분명히 조회수 안 나올 듯... 맛있는 요리인데... 요리 이름이 없어서 아무도 검색 안 할 듯... 정말 아깝습니다. 풀드 포크보다 맛있는데...
잡소리는 그만하고 다시 요리로 돌아가겠습니다.
이번에 산 돼지갈비는 2kg 정도인데, 대충 배송비 포함해서 25000원 정도 합니다.
일단 고기를 물에 씻어서 핏기를 제거해줍니다.
별다른 양념은 필요 없고, 양면에 소금과 후추를 살짝 발라줍니다.
오븐에서 115도로 1시간 정도 구워줍니다. 그리고 뒤집어서 다시 1시간 구워줍니다. 그리고 다시 뒤집어서 1시간 더 구워줍니다.
굽다가 소시지, 마늘, 호박 같은 것들도 넣고 구웠습니다. 다 구워지면 오븐에서 꺼냅니다.
구운 돼지갈비입니다. 도마에 종이 포일을 깔고 올렸습니다.
칼로 썰려고 했는데, 너무 부드러워서 뼈가 쑥 분리되어버렸습니다.
노력해서 잘 썰었습니다.
고기가 무척 부드럽고 맛있습니다. 부드러우면서도 뼈에 붙은 고기 특유의 탄탄하고 쫄깃하고 기름진 맛이 있습니다.
꼭 해 먹어 볼 만한 요리입니다. 풀드 포크보다 더 간단한데 제 주관으론 돼지갈비 통구이가 풀드 포크보다 더 맛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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