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면접관의 입장에서, 면접자의 입장에서

Novelism 2022. 1. 26. 20:04

 

 얼마 전까지 면접관의 입장이었다가, 면접자의 입장이 되어보니 좀 더 여러 가지가 보이기도 하고, 아쉬움도 남네요. 면접관 입장에선 면접자들이 질문의 의도를 잘못 이해하는 것에 유감스럽게 생각했지만, 면접자의 입장이 되어보니 저도 그렇게 답변을 잘 하진 못하는 것 같습니다. 어차피 짧은 시간 안에 명언급 답변을 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영화나 소설은 작가가 열심히 고민하면서 대사를 만든 것이지, 현실의 대화는 아니니까요. 

 

 제가 생각하기에 유능한 사람은, 머리 좋고 타고난 재능이 있고 실력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대화가 되는 사람입니다. 

 인간이 혼자 사는 게 아닌데, 결국 업무적인 일은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자신이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이해하고 상대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입니다. 결국 면접에서 중요한 것은, 면접자의 질문에 대해서 면접자가 얼마나 그 질문을 잘 이해하고, 상대가 듣고 싶어 하는 대답을 해낼 수 있는가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사회생활을 하면서 느낀 게, 이렇게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유능할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이걸 해내지 못하는 사람은 같이 일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뭐 저도 그리 잘하진 못합니다. 상대가 듣고 싶어 하는 대답보다, 제가 하고 싶어 하는 말을 먼저 하는 편이라서요. 

 저는 면접에서 정직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상대가 듣고 싶어 하는 대답을 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듣고 싶어 하는 대답은 하나의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정직하면서도, 상대가 납득할 수 있는 대답을 해야 합니다. 내가 경력을 쌓아가는 과정이라면, 거짓은 당장은 나에게 무언가를 줄지라도 결국 내 미래의 신뢰를 깎는 것이 됩니다. 그리고 때때로 거짓은 쉽게 간파됩니다. 정직한 사람은 자신이 보여준 것 그 이상의 사람으로 평가되는 반면에, 그렇지 않은 사람은 자신이 보여준 것 이하의 사람으로 평가됩니다. 

 

 면접관의 입장에서 면접을 본 경험에서 이야기하자면, 어차피 업무 적합도가 100%가 나오는 사람은 드물고, 사실 그 정도 사람이 있으면 이미 그 사람은 심각한 문제가 있지 않는 한, 혹은 그런 사람이 너무 많지 않은 한, 합격할 수밖에 없습니다. 애초에 업무 적합도가 높은 사람이 수두룩 하면 굳이 이런 글을 쓸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이미 면접장에 들어가기 전에 합격이 거의 정해진 사람들도 있습니다. 특히 경력직이라면, 지금까지의 이력, 업무 경험, 주변 사람들의 평가가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 정도면 그냥 무난한 대답만 해도 붙는데, 정말 여기서 떨어진다면, 무난하지 않은 대답을 했거나 너무 건성으로 지원한 것이거나, 붙여도 안 올 것 같아서일 것입니다. 

해당 분야에 적합도가 높은 (이미 경험해본) 사람이 드물고, 애매하게 관련이 있는 사람이 지원한 경우가 고민의 여지가 있습니다. 저도 그런 입장에서 지원해본 적도 있고, 비슷한 상황에서 면접관이 되었던 적도 있습니다. 누구나 자신이 지금까지 해온 일이 있다면, 다른 일을 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해온 일이 자신이 잘하는 일인데, 그것을 더 하지 않는다면 아깝다는 생각도 들고, 다른 일을 하는 것이 자신에게 이익이 될지, 잘할 수 있을지 고민도 되니까요. 여러 번 분야를 바꿔왔던 제 입장에서 새로운 일을 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각오입니다. 저는 첫 직장에서 인공지능을 2년 정도 공부했지만, 정작 실력은 형편없었습니다. 하지만, 인공지능을 전문으로 하는 곳으로 이직 후, 3개월 정도만에 이전 2년보다 훨씬 실력 쌓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전의 2년의 공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합니다만, 절실함의 차이가 더 컸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많은 면접관들도 그런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입니다. 면접자들의 실력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경우라면, 면접관들은 더 동기가 명확하고, 각오가 되어있는 사람을 선택할 것입니다. 

 면접관들이 묻는 질문 중에는 그것을 간접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하는 질문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원한 직장에서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아는지, 본인이 거기서 하고 싶은 일이나 할 수 있는 일을 묻습니다. 그것은 그 업무에 대해 얼마나 생각해보았는가를 묻는 것으로, 자신이 관심이 있다면 그 정도는 생각해봤을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하는 질문입니다. 이 질문은 상대의 성의를 묻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꼭 좋은 대답을 하진 못하도 상관없습니다. 다른 업무에서 온 사람이라면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기도 하니까요. 어렵다면 그냥 정직하게 대답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면접이 평가하고 판단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서로 논의를 해보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면접을 보면서 새로운 길이 보일 수도 있고, 의욕이 더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면접관에 따라선 성의 없다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혹은 정말 뽑고 싶은데 뭔가 확신을 주는 말 한마디를 해주길 원해서 질문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뭐 저도 그런 종류의 질문을 한 적도 있고, 그런 질문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할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 듣고 싶은 답은 "예, 할 수 있습니다." 혹은 "맡겨주시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꼭 하고 싶습니다."입니다. 진부한 질문이고, 진부한 대답이라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안 해본 일은 해보지 않고서는 할 수 있는지 없는지 모릅니다. 누구든 시작할 때는 다 처음이었습니다. 면접관들이 그것을 몰라서 묻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확신을 가지게 할 만한 뭔가를 보여달라는 의미입니다. 의외로 이런 질문에 대해서 할 수 있다고 강하게 대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나마 "내가 장래를 생각해보면, 이것을 하는 것이 나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라는 대답은 할 수 있습니다. 이건 좀 수동적인 대답이고, 이런 대답을 할 거라면, 더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이것을 해야 나에게 미래가 있다."라고 절실함이 느껴지게 말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것을 자신이 말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그게 맞는 상황이라 느낄 수 있지만, 면접자 본인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또 다른 일입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그 이유를 제시하는 것도 좋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단백질 분야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머신러닝이 사용되었는데, 최근 딥러닝이 각 분야에 활용되는 것을 보아하니 지금 당장 딥러닝을 하지 않는다면 시대에 뒤쳐질 것 같다는 강렬한 두려움을 느끼고, 그것이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단백질 구조예측 분야에선 알파고가 등장하면서 그것이 사실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부정적으로 말하는 것보다는, "앞으로 이 분야에서 딥러닝 기반 연구가 주류가 될 것이고, 딥러닝을 잘할 수 있다면, 내가 최신 연구를 이끌어가는 사람이 될 수 있다."라고 말하는 편이 좋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