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컨벡션 오븐으로 브리스킷 바베큐 만들기 도전

Novelism 2021. 11. 6. 20:57

 

 컨벡션 오븐은 간단하게 말하면 에어프라이어입니다. 열풍을 이용하는 오븐입니다. 다른 오븐들처럼 일반 오븐처럼 전도와 복사도 당연히 일어납니다. 장점은 공기가 순환하여 일반 오븐에서 열이 복사나 전도로 도달하기 어려운 위치까지 열이 잘 전달된다는 것이고, 특징으로 데워진 공기와 접촉하면서 재료의 수분이 빠르게 소실된다는 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식품 건조기로도 사용할 수 있고, 튀김 같은 요리도 가능합니다. 

 

 브리스킷은 소의 부위 중 하나로, 차돌과 양지를 포함하는 부위입니다. 차돌과 양지의 사이엔 지방층이 있어서 나뉘어 있긴 한데, 브리스킷은 그냥 이 부위를 분리시키지 않고 정육 합니다. 나라마다 소고기를 정육 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게 재미있습니다. 양지는 아마도 다들 잘 아시겠죠. 국물 요리에 사용하는 부위 중 하나인데, 주로 육개장이나 설렁탕이나, 냉면 육수 (및 고명)으로 사용합니다. 상당히 질기고, 오래 익히면 결대로 찢어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겉 부위엔 기름이 많지만, 근육 내 지방은 별로 없습니다. 결대로 찢어서 먹기도 하고 (육개장) 설렁탕이나 냉면 고명으로 쓸 때는 결에 수직으로 썰어서 사용합니다. 저는 양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국물은 잘 나는데, 삶은 고기에서 맛이 국물로 대부분 빠져서 고기 자체는 별 맛이 안 나고 질기기만 합니다. 냉면 고명 고기가 맛있는 경우는 별로 없었습니다. 비슷한 이유로 홍두깨 살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사태는 콜라겐이 많아서 삶았을 때 부드러워서 좋아합니다. 수육이나 국밥을 한다면 사태를, 장조림을 한다면 부챗살을 주로 사용합니다. 

 

 브리스킷 바베큐는 텍사스에서 유명한 요리입니다. 차돌양지를 매우 오래 익혀서 부드럽게 만드는 요리입니다. 사실 저는 제대로 된 브리스킷을 먹어본 적이 없고, 인터넷이나 유튜브에서만 봤습니다. 이번이 3번째 만드는 것인데, 이전에는 실패를 했습니다. 실패한 이유는, 이 요리를 잘못 이해했기 때문입니다. 고기가 부드럽다는 이유로 로스트비프와 유사한 요리라고 착각했습니다. 하지만 전혀 다르고, 오히려 풀드 포크, 통돼지 바비큐와 유사한 요리입니다. 

 

 로스트비프는 이전에 여러 번 만들어봤고, 대부분 부드럽게 잘 나왔습니다. 로스트비프는 브리스킷과는 반대방향이고, 수비드나 분자요리와 추구하는 방향이 더 비슷합니다. 단백질 중 익히면 질겨지는 것이 있고 익히면 부드러워지는 것이 있는데, 온도를 절묘하게 유지함으로써 고기가 질겨지지 않고 부드럽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 관점에서는 스테이크와도 유사한 점이 있습니다. 로스트비프를 만들 때 주의할 점은 심부 온도가 특정 온도를 넘지 않도록 온도를 낮게 유지하면서 장시간 요리하는 것입니다. 길다고 해도 브리스킷에 비하면 얼마 안 되죠.

 

 그런데 브리스킷은, 고기를 심하게 오래 익혀서 부드럽게 만들어버리는 것입니다. 아마도 집에서 국밥 요리를 해보셨으면 아실 것입니다. 고기를 심하게 오래 삶으면 고기가 다 풀어져버리죠. 이상태도 부드럽다고 말할 수 있지만, 생고기의 부드러움과는 반대입니다. 브리스킷의 최종 심부 온도는 90도 이상 올라갑니다. 사실 이런 건 소고기뿐만 아니라, 문어나 낙지요리에서도 비슷합니다. 살짝 데칠 때까지는 부드러워지다가,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질기고 딱딱해지다가, 정말 오래 삶으면 살이 다 풀어져서 부드러워집니다.

 

브리스킷은 과도하게 오래 익히는 방식의 요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단, 여기에도 주의사항이 있습니다.

 고기가 부드럽기 위해선 단백질이 분해되어야 하고 수분이 과하게 빠져나가선 안됩니다. 그렇다고 물에 삶은 고기와도 다른 게, 물에 고기를 삶을 경우, 아마도 콜라겐이나 지방 같은 부드러운 맛이 있는 성분들이 국물로 다 빠져나가버리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브리스킷을 만들 때, 직접 불에 닿지 않도록 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 포일로 감싸서 수분이 빠져나가지 않게 합니다. 아마도 고기를 삶는 대신, 물을 조금만 넣고 압력 밥솥 같은 곳에서 찌거나, 찜통으로 찐다면 브리스킷과 비슷해지지 않을까 의문이 듭니다. 

 

 이론은 이러한데, 그렇다고 한 번도 안 먹어본 요리가 어떻게 될지는 당연히 알 수 없습니다. 뭐든 실물을 봤을 때 배우는 게 제일 큰 법입니다. 1차 시도에선 로스트비프처럼 만들었는데, 고기가 부드러우면서도 질겼습니다. 고기를 들면 휠 정도이긴 하지만 (안 익은 고기 같은), 근육 사이사이의 결합은 그대로라서 씹을 땐 질겼습니다. 

2차 시도에선 과하게 오래 익혔는데, 국에서 오래 삶은 것처럼 부드러워지긴 했지만, 수분이 빠져나가서 맛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오래 익히면서 수분을 가두기만 하면 잘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아롱사태 부위 자체가 3kg 이상 되는 큰 부위라서 도전하기 겁나서 그동안 안 하다가 큰맘 먹고 해 봤습니다. 3kg의 맛없는 고기를 먹는 건 식 고문입니다. "네가 만든 요리다. 악으로 깡으로 먹어라."가 생각납니다. 

맛없는 요리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고든 램지는 마음이 너무 여린 사람 같습니다. 저라면 다 먹습니다. 구토가 나와도 먹습니다. 내 요리는 쓰레기통에 들어갈 자격 조차 없는 쓰레기 이하구나.라고 반성하고 다음엔 더 열심히 만듭니다. 저는 무엇이든 책임지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패나 실수에 대해서 자신이 결과를 책임져야만 다시 반복하지 않게 됩니다. 남이 한 일 책임지라는 건 아니고, 내가 한 일의 결과는 내가 책임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고기는 인터넷에서 주문했습니다. 

 

3.3kg 정도 되는데, 상당히 큽니다. 그래서 제22L짜리 컨벡션 오븐에는 다 들어가지 않습니다. 사진에서 좌측이 차돌이 있는 부위이고, 우측이 양지만 있는 부위입니다. 차돌이 위층이고, 양지가 아래층입니다. 어차피 차돌이 더 부드럽고 맛있는 부위니까 자른다면 양지를 자르는 게 낫습니다. 양지는 소고기 뭇국 해 먹으면 됩니다.

 

고기가 오븐에 들어갈 크기로 적당히 잘라줍니다. 그리고 럽(?)을 발라줍니다. 그냥 집에 있는 향신료 마구 발랐습니다. 

 소금, 후추, 바질, 마조람, 넛맥, 큐민 분말, 로즈메리, 생강가루, 파프리카 가루, 케이준 시즈닝을 사용했습니다.

 사실 케이준 시즈닝에 웬만한 게 섞여있으니 그것만 발라줘도 됩니다. 케이준은 뉴올리언스 지방에서 사용하는 것이지만, 별 상관없습니다. 그냥 소금 후추만 해도 됩니다.  그리고 케이준 시즈닝을 굽는 요리에 사용할 때 향이 별로 좋지 않은 경우도 있었는데, 포일에 감싸서 굽는 과정이 있어서 그런지 별로 나쁘지 않았습니다. 

 

오븐에 어떻게든 잘 넣어줍니다. 일단 120 정도의 저온에서 3시간 정도 구웠습니다. 겉이 마르지 않도록 30분마다 물을 좀 발라줬습니다. 구울 때 고기가 수축하면서 높이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열선에 안 닿게 조심해야 합니다. 

(좌) 굽기 전, (우) 3시간 후

 3시간 정도 지나면 꺼내서 고기를 포일로 잘 감싸줍니다. 저는 알루미늄이 싫어서 그냥 종이 포일을 사용했습니다. 고기 뜨겁고 무겁습니다. 그리고 수분이 많습니다. 포일로 싼 고기를 다시 오븐에 넣어주고, 170도 정도의 온도에서 6시간 정도 구워줍니다. 저는 160도에서 시작해서 단계적으로 180도까지 올렸습니다. 오븐마다 차이가 있을 테니 적당히 조절해야 합니다. 하지만 180도까지는 안 가는 게 좋습니다. 한 160에서 165까지만 가면 될 것 같습니다. 

익히다 보면 포일에서 기름이 바닥으로 흘러나옵니다. 타지 않게 물을 살짝 부어줬습니다. 

 

6시간이 지나고, 바로 꺼내지 않고 오븐에서 1시간 정도 식혀줬습니다. 레스팅 1시간으로 부족합니다. 2시간 정도 해야 합니다. 고기 썰 때 너무 뜨거웠습니다. 시간이 부족하면 오븐에서 꺼내놓고 식히는 게 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고기를 식힐 때 개방된 상태로 식히면 수분이 날아가서 별로 좋지 않습니다. 

썰어서 단면을 봤는데, 촉촉함이 살아있습니다. 얇게 썰어보면 고기가 부드러워서 휘어버립니다. 고기가 너무 부드러워서 썰다 보면 찢어져버립니다. 먹어봤는데, 정말 양지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만큼 부드럽고 녹진한 (콜라겐+기름 같은) 맛이 났습니다. 먹어본 요리 중에선 풀드 포크 (통돼지 바비큐)와 비슷했습니다. 9시간 걸려서 해 먹을 만한 가치가 있는 맛이었습니다. 

 

자투리 부위도 있었는데, 하필이면 열선 근처에 있어서 과하게 익어버렸습니다. 차라리 지방이 위쪽에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뒤집어져 있었네요. 그래도 먹을만하긴 했습니다.

그리고 고기에서 검은 부위는 럽을 바른 곳에서 고기가 마르면서 색이 진해진 것이지, 탄화된 것은 아닙니다. 쓴맛이 나는 것도 아니고 굳이 잘라내지 않아도 됩니다. 그래도 지방은 좀 잘라내는 게 좋겠죠? 굽기 전에 최대한 잘라내는 사람도 있지만, 너무 제거하면 맛이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익힌 후에도 제거할 수 있으니 익힌 후에 제거해도 됩니다. 

 

 

만드는 법 요약:

고기를 오븐에 들어갈 크기로 적당히 자르고, 소금, 후추, 시즈닝 등을 취향에 따라 발라줍니다. 

고기를 오븐에 넣고 물을 뿌리면서 120도에서 3시간 익혀줍니다. 

고기를 포일로 감싸서 160도에서 9시간 더 익혀준 후, 2시간 정도 레스팅을 하고 썰어서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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