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항상 고민합니다.
제 지도교수님이 쓸데없는 고민좀 그만하라고 말씀 하셨을 만큼 고민을 많이 합니다.
그 말을 듣고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내가 고민해봐야 소용없는 일을 고민하는것은 의미없는 일이고,
그 시간에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는게 낫다는 것입니다.
제 고민중 하나는 이 험한 현대 사회에서, 한 사람의 사회인, 직업인으로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입니다. (빵상 아줌마의 표현으로는... 어떻게하면 출세할까, 어떻게 하면 돈 많이 벌까? 이소리 랍니다. )
직장생활에서 제 자세는 이렇습니다. 나는 지금 받는 돈을 받기 위해서 회사를 다니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능력과 경험을 쌓고, 가치를 더 높혀서 연봉을 높히기 위해 이 회사를 다니고 있다. 라는 것입니다. 현재 받는 보상은 많건 적건 그런것보다는 내 성장 가능성이 더 중요합니다. 당장 받는 돈이 크게 줄어들어도, 그 경험과 경력으로 내 가치가 오를 수 있다면, 그길을 선택하고 (생활이나 직장내 문화가 안맞을지라도...), 반대로 더이상 성장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면, 많은 돈을 준다 하여도 떠나갈 것입니다. 어짜피 평생 직장이라는것은 저에겐 맞지 않는 일이니까요. 그냥 살아있는 한 계속 공부하고 연구하고 더 발전하려고 노력하는 삶을 살 것입니다.
박사과정 학생일 때까지는 워낙 무능해서 뭐라 할 것도 없지만... 박사 후 연구원 때는, 조직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자 라고 결심했습니다. 그것도 가능하면 조직의 핵심적인 일을 맡을 수 있는 사람이 되자는 생각으로요. 물론 이건 저 자신이 제 삶에 대해서 내린 결론이고, 모든 사람에게 적합하지도 않고, 모든 사람이 이런 선택을 하는 것이 모두에게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도 아닙니다. 전혀 윤리적인 관점에서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조직이건, 핵심적인 사업이 있고 그외 업무가 있을 것입니다. 조직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핵심적인 업무에서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물론 조직 자체가 죽어버리면 소용 없습니다만...) 사업적인 면으로는 바람직하다고 하긴 어렵습니다. 그 사람이 갑자기 무슨 일로 사라져버리면 사업에 큰 타격이 생기니까요. 특히 군대에선 어떤 사람이라도 대체 가능하게 만드는 시스템을 중시하는 것 같습니다만... 제가 존경하는 옛 동료분은 언제라도 자신이 은퇴해도 잘 돌아가게 만들고 싶다고 하셨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되긴 어렵습니다. 그게 그렇게 쉽게 될 수 있다면, 사람에게 실력 이라는 것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사람에게 시키나 저사람에게 시키나 똑같은 결과가 나온다면, 거기엔 전문가도 없고 기술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것과 같습니다. 어쨌건 대체 불가능한 사업의 핵심 인력이 된다면, 뭔가 행패를 부려도 들어줄 수밖에 없습니다. 아니면 그냥 그 사업을 접어버리던가요. 갑질 당하는 것을 싫어하는 저는 갑이 될 수 없다면 슈퍼을이 되면 된다 라고 생각합니다. 뭔가 내 자존심을 버리면서까지 일하고 싶지 않다. 라고 생각한다면 이런 길도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누가 유리한 입장이고 누가 불리한 입장인지, 무엇이 이익이고 손해인지 이런 계산 못하는 사람도 있긴 있습니다. 대체 그런 분이 어떻게 창업을 하시는지 참 신기하군요.
결혼 같은거 안하고 가족을 볼모로 잡히지 않고 자신 맘대로 살고 싶다면 이런 길도 있습니다.
뭔가 직장에서 불합리하고 억울한 일을 경험하거나 자신의 의견이 묵살당한다면, 이렇게 행동할 수 있습니다.
내가 불리할 때, 내가 앞으로도 불리할것이라면 그냥 떠납니다. 내가 앞으로 유리해질 것이라면 당장은 숙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내가 유리해졌을 때, 참을 이유가 있겠습니까?
사람은 아무리 옳은 말 하고 합리적인 말을 하고 증거를 가지고 있어도 힘이 없으면 묵살당합니다. 상당수 인간은 그렇게 똑똑한 동물이 아니라서 옳고 그름을 잘 판단하지 못하고, 합리적인 사고도 못하고, 증거가 사실인지 아닌지 판단도 제대로 못합니다. 저도 제 일 아니면 잘 모릅니다. 제일이라고 해도 잘 안다고 할 자신도 없습니다. 결국 사람에겐 신뢰가 중요합니다. 이 사람이 실력있는 사람이다. 라는 인상이 들어야 그 사람 말을 들어줍니다. 외모, 행동, 화법, 대화의 관심사, 학력, 경력 같은 요인은 짧은 기간에 판단하는 기준이 되지만, 실제 같이 일하면서 느끼는 합리적 사고능력, 직관적 사고, 성실성, 경험에서 나오는 발언, 업무적 결과물 같은 것은 오랜 기간을 통해 신뢰가 형성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처세는 자신의 실력을 바탕으로 합니다. 실력을 키우지 않고 살아남으려 하는것은 도둑과 다름 없고, 그런게 가능한 집단이라면 도망치는것이 좋습니다.
제가 봐온 사람 중에서 고분고분하게 말 잘듣는 사람치고, 좋은 취급 받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냥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로 보는건가, 호의가 계속되면 둘리가 되는건가... 때때로 나는 시키는대로 따르기만 하고, 뭐든 맘대로 조종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제가 처세에 대해 생각하는것은, 제가 을 입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임도 있지만, 반대의 상황을 생각하기 위해서입니다.
만약 내가 갑이 된다면, 갑질을 하지 않을까? 한국처럼 서열화된 사회에선, 결국 시간이 지나면 자신이 갑이 되기도 합니다. 무엇이 불합리하다고 느끼는지 알아야, 자신이 불합리한 짓을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불편한 생각을 해야 불편한 상황이 현실이 되는 것을 피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사람이 마음 편하게 하면서도, 의욕적으로 일하게 할 수 있을까... 내가 이런 행동을 하는것이 저 사람에겐 어떻게 보일까? 내가 저 사람을 불쾌하게 한게 아닐까? 내가 저사람에게 무언가를 말할 때, 어떻게 해야 부담감을 느끼지 않게 하거나, 불쾌하지 않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내가 생각하는바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 혹시 내가 틀렸는데도 저 사람이 나에게 그걸 말하지 못하고 있는게 아닐까, 내가 오만과 독선에 빠진건 아닐까...
저는 공자님 말씀의 많은 부분이 처세술로 느껴집니다. 어떻게하면 적을 만들지 않고, 자신이 위태해지지 않을까... 같은것이 많다고 느낍니다. 반대로 맹자님는 훨씬 강경해서 왕에게도 직언을 하고 비판을 하죠. (정말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왕도정치론의 경우는 왕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왕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급진적 사상입니다. 실력만으로 세상 살기 어렵고 처세술이 여러면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