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두께는 종이 한 장 정도인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을 해낼 수 있을 것 같다가 잠시 후엔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모든 것이 너무 쉽게 변합니다.
한때 인생을 걸었던 일이 시간이 지나면 사소한 일이 되어버립니다.
변하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닙니다. 변화 없이는 나아지는 것도 없으니까요.
그게 타락인지, 깨우침인지 저는 모릅니다.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어떤 것이 나은 선택이었는지 누가 알겠습니까?
삶은 흐르는 물결에 떠내려가는 잎사귀 같은 것이기도 하고, 바람에 날려가는 솜털 같기도 합니다.
제가 느끼기에 인생을 결정하는 것 중 시대의 흐름과 우연이 50% 이상인 것 같습니다.
자신의 성공에 교만할 것 없고 실패에 체념할 것 없습니다.
삶은 누구의 기량이 높은지 평가하는 스포츠가 아닙니다.
자신이 옳고 그름은 성공과 실패로 증명되지 않습니다.
그냥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노력할 뿐이고 성공하여도 겸손해야 하고 실패하여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습니다.
시간 안에서 태어난 것들은 시간이 흐르면 소멸하기 마련입니다.
영원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시간 밖에 있는 것들일 것입니다.
시공간에서 태어나서 살아가는 인간에게 영원은 다가갈 수 없는 세계입니다.
우리가 어떤 삶을 살더라도 우주에서 본다면 그것은 우리가 던진 돌이 어딘가로 날아가는 것처럼 그저 사소한 일일 뿐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면 됩니다. 그것이 지진이나 해일이나 우주 붕괴를 일으키진 않습니다.
그냥 오늘에 서서 어제를 본다고 생각합시다. 제가 학생 때는 두발 제한 같은 것이 있었죠.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네요. 학생이 머리 기른다고 대한민국이 무너집니까? 뭘 그렇게 진지하게 억압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시기별로 이런저런 논란거리들이 있었죠. 뭔가 변화를 원하는 사람과, 그걸 바꾸면 나라가 붕괴한다고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런 것 중에도 정말 중요한 사안도 있었습니다만, 어떤 사안은 미래에 논쟁거리조차 되지 못할 일처럼 여겨지는 것들이었습니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세상은 변한다는 것입니다. 너무 좁은 세계에서 사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그 좁은 세계에서 절대적인 규칙처럼 여겨진 것이 그냥 미래 어느 시점에 보면 괴상한 풍습에 지나지 않습니다.
현상은 변하지 않아도 그것을 바라보는 관점은 변합니다.
그러니까 삶이란 종이 한 장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삶이 무가치하다는 소리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삶은 자신에게 무엇보다도 가치 있는 것입니다. 가치는 지극히 주관적이니까요. 내 삶의 주인은 나이고, 남에게 나의 삶은 별 의미를 가지지 못합니다. 그러니까 자신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자신을 위해 사는 것입니다.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퇴사했습니다. (0) | 2024.04.15 |
---|---|
나에게 가장 어려운 일, 그리고 해야만 하는 일 (0) | 2024.03.18 |
추석과 코로나 (0) | 2023.09.29 |
공심채 볶음 - 연성결, 몽테크리스토 백작 (0) | 2023.09.09 |
비리와 무능과 부조리 (1) | 2023.08.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