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g/Computer-Aided Drug Discovery

인공지능 신약개발 분야의 현재와 짧은 미래의 이슈

Novelism 2022. 2. 9. 23:56

 이직을 하기로 결정되어서 이 분야의 앞날이 어떻게 될까 대충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마침 이직한 곳은 연구개발보다는 정책이나 지원, 인력 양성 업무가 더 많아서 앞날을 내다보는 비전이 필요합니다.

 먼 미래는 아니더라도, 2~3년간의 이슈들이라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입사하면 여러 회사 사람들을 만나면서 좀 더 데이터를 모아야겠습니다.

 지금은 그냥 혼자 추측한 것들입니다. 

 

 현재 국내에서 진행 중인 인공지능 신약개발 프로젝트들은

 약물 재창출 (repurposing)과, 저분자 약물 (합성 약물) 개발 중에서 hits 탐색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조만간 이외의 문제가 중요하게 나타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일단 저분자 화합물부터 이야기하면, 인공지능으로 hits 탐색이 어려웠기 때문에 hits 탐색에 집중했던 것이지, 

 hits 자체의 가치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돈을 충분히 투자하면 인공지능 이외에도 hits를 탐색할 방법은 많고, 다른 방법에 비해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것이 압도적으로 비용이 낮거나 빠르다고 하긴 어렵습니다. 뭣하면 기존에 알려진 hits의 특허를 구매해버릴 수도 있습니다. 제약사들이 실제로 어떻게 하는지 좀 궁금하네요. 이야기 들은 것은 직접 개발하기보다는 논문을 찾아서 특허를 구매한다고 들었는데요. 

얼마 후면 hits 이후의 문제인 hit 2 lead, lead optimize, 특허 회피 같은 문제의 중요성이 부각될 것입니다. 이과정에는 좀 더 정밀한 예측 모델이 필요하고, 약효뿐만 아니라, 부작용이나 ADMET, PK/PD 예측도 필요합니다. 아울러 합성 가능한 분자 생성 및 최적화 방법도 필요합니다. 10000개의 hits 중에서 단 하나만이 임상을 통과하고 시판된다는 이야기가 있죠. 그 10000개 중 1개를 잘 찾아내는 것이 추후 인공지능 신약개발에서 중요한 주제가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리고 약물을 디자인하는 것이 신약개발의 전부는 아닙니다. 동물모델과 실제 질병 사이의 상관성, 인간에 대한 약물 반응과 동물에 대한 약물 반응의 차이 같은 문제, 임상 성공 가능성 판단 같은 문제들이 있습니다. 결국 실제로 신약개발을 진행하다가 만나게 될 문제들에 대해서, 인공지능을 사용하려고 시도할 것입니다. 

 

그리고, 단백질 구조예측 기술의 발전의 파생으로, 단백질 디자인 기술이 크게 발전할 것입니다. 

 사실 단백질 구조 예측에 사용하는 기술은 일종의 생성 모델이고, 이 방법은 단백질 디자인에도 응용할 수 있습니다. 

 디자인한 단백질의 구조를 잘 예측하는 것 만이 아니라, 어떤 변이가 허용되고 어떤 변이가 허용되지 않는지를 데이터로부터 학습하는 것입니다.  이 방법이 어느 정도 잘 돌아간다면, 항체 디자인, 효소 디자인 같은 연구들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미 단백질 구조 예측 분야에서 일하던 사람이 모인 몇몇 회사에선 항체 디자인을 시도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추측이지만, 아마도 딥마인드에서 나온 신약개발 회사가 항체나 펩타이드 약물 개발을 시도할지도 모르겠습니다. 

 

ADC 나 protac 같은 신개념(?) 약물 개발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이런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에 대한 수요도 생겨날 것입니다. 

 

인공지능 신약개발 지원에서 필요한 일들이 여럿 있습니다.

 제가 인공지능 신약개발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느끼는 필요는,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과, 인공지능 및 신약개발에 대한 실무적 교육이 부족하다는 것, 인공지능 회사와 신약개발 회사 (제약사, 학교 등) 사이의 연결이 부족하다는 것, 그리고 창업지원이 부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고객의 수요가 무엇인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무슨 방법을 개발해야 하는지 어떻게 개발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공지능은 단순히 데이터에 적합한 모델 만들고 데이터 학습시켜서 예측하는 것만이 아닙니다. 신약개발에 대해 잘 알아야 하고, 각 과정에 필요한 기능들을 인공지능으로 구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대부분 회사들이 인력 부족을 실감하고 있을 것입니다. 제가 갈 회사나, 제가 있던 회사나, 제 주변 사람들이 다니고 있는 회사나... 다들 사람 구하기가 어렵다고 말합니다. 그렇다고 바로 일할 수 없는 사람을 뽑아서 키워서 쓰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다들 경력 같은 신입을 원합니다. 그런데 일단 일을 해야 경력을 쌓죠. 인공지능 신약개발 분야에, 연관성이 높은 경력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관련 연구를 하던 교육 시설이 부족하니까요. 

 그래서 저는 비전공자들을 대상으로, 인공지능 신약개발 분야에서 자기 주도적으로 실무를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양성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업무 연관성이 높은 사람들은 별로 어렵지 않게 취직할 수 있습니다. 그러고도 사람이 부족하니 약간 거리가 있는 전공들.. 예를 들어서 의약화학이나 화학 정보학을 제외한 화학분야, 혹은 물리학, 생물학, 생물 정보학 컴퓨터, 인공지능 전공자들을 모아서 팀을 꾸리고 멘토의 지도 아래에서 신약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입니다. 이런 실전적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어떤 방법론들이 필요한지 체감을 하게 되고, 방법론뿐만 아니라, 신약개발 절차를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단순히 논문 쓰기 위해 툴을 개발하거나, 이미 만들어진 툴을 돌릴 줄만 아는 것보다는 전체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각 과정을 이해하고 해결해나가는 사람이 더 필요합니다. 신약개발을 하다 보면 타깃마다 상황이 다 다르고, 적절한 메서드도 다릅니다. 이런 연구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연구자가 필요합니다. 하나만 깊게 파서 잘하는 사람보다는 차라리 자신이 직접 구현할 능력은 없어도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이 낫습니다. 

 

비전공자에게 전공과 다른 일을 할 기회를 주는 것은 제 입장에선 절실하게 느끼는 문제입니다. 저 자신부터가 대학원생 때까지는 물리학 전공이었고, 그 당시 전공분야는 신약개발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러기에 저에게 새로운 분야로 진출할 기회를 주신 전 보스와, 사회에 감사하는 마음이 있고, 제가 받은 기회를 다른 사람들에게도 제공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는 (지도교수님께는 죄송하지만) 제가 대학원생 때 하던 분야보다 이 분야가 제 적성에 더 맞고, 이 분야에 대한 흥미가 더 높고, 이분야가 잡 구하기도 더 쉽고, 연봉도 훨씬 높습니다. 제 물리학과 선배들 중에서도 기약 없이 포닥 하고 계시는 분이 여럿인데, 하던 거 다 버리고 이 분야로 오시라고 이야기하는 중입니다. 물론 본인이 좋아서 해야지, 할 일이 없어서 하는 건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