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세상은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니 세상이 내 마음대로 안된다고 화낼 것 없습니다.
내 몸은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인데, 나이가 들면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니 체념하였습니다.
내 마음은 내 것이니 내 마음대로 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는 때때로 자기 마음이 자기 마음대로 안된다는 것을 느낍니다.
대부분 나이가 들면 직위가 올라가고 누가 하나씩 가르쳐주고 잘못을 지적해주는 사람도 점점 사라져 버립니다.
그리고 더 이상 자기 위에 아무도 없는, 혹은 있다고 해도 사회적인 거리상 일일이 간섭하지 않는 사람밖에 없는 상황에 도달합니다. 내가 어떤 잘못을 해도 누군가 그걸 지적해주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가... 제가 본 대부분의 사람은 오만과 독단에 빠져버렸습니다. 그중에는 사회적으로는 중립적이고 공정하고 올바르고 예의 바르게 행동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좋은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너무나도 쉽게 사람을 모욕하고,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다른 사람에 대해 무가치한 인간 취급을 하기도 합니다. 살다 보면 참 다양한 일들을 겪게 되지만, 중립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닙니다. 예의 바른 사람이라고 사람을 해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이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 자신의 존재와 행동이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일으키는지 별로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타인을 꾸짖고 가르치려 듭니다.
다행히도 아직 저에겐 불편해하지 않고 저를 비난해주는 사람들이 곁에 여럿 있습니다. 하지만 싫은 소리 하던 사람이 하나 둘 멀어지는 게 느껴집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듣기 싫은 소리 하는 사람을 가까이하기 싫어할 것입니다. 그런데, 싫은 소리 하는 사람이 다 사라져 버린다면, 듣기 좋은 소리를 하는 사람만 남고, 아무도 잘못을 지적해주는 사람이 없게 된다면, 그 사람은 잘못된 길로 빠져들어갑니다.
자신 위에 아무도 없는 사람들을 여럿 봐왔습니다. 그 사람들은 오만에 가득 차 있고 식견이 좁아서 도저히 상종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저는 절대로 그렇게 되고 싶지 않습니다. 자신이 변질되는 것이 두렵습니다. 지금의 내가 나 자신이라 생각했을 때, 내가 더 이상 나 자신이 아닌 괴물이 되는 것이 가장 두렵습니다. 세상에 나의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은 나 자신뿐인데, 나 자신마저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면 대체 어쩌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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