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g/Computer-Aided Drug Discovery

집단 지성을 이용한 신약 설계 전략

Novelism 2021. 5. 20. 21:49

 

딥마인드가 등장하기 전까지 단백질 구조예측 분야에서 누가 최고냐고 묻는다면, David Baker 라고 답할 수 있었습니다. 단백질 구조 예측 뿐만 아니라, 단백질 디자인 영역에서도 여전히 선도 그룹입니다. 
David Baker 그룹에서 만든 Foldit 이라는 게임이 있습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Foldit

이것은 사람이 단백질 접힘 문제를 푸는 게임입니다. 단백질은 구조에 따라 에너지 상태가 달라지는데, 자연계에 존재하는 단백질의 구조는, 프리 에너지가 미니멈인 상태일 것이라는 가설이 있습니다. 물론 퍼텐셜 에너지와 프리 에너지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기 위해선, 정확한 에너지 모델도 필요하지만, 구조 탐색도 매우 공들여서 해야 합니다. 단백질 구조 예측은 단백질을 이루는 원자들의 위치를 변형시켜가면서, 에너지를 계산하고 그 에너지가 최소가 되는 구조를 탐색하는 문제입니다. 그런데 탐색해야할 구조가 너무나 많은것이 문제입니다. 단백질의 아미노산 하나당 자유도가 3이라고 한다면, 아미노산 100개로 이루어진 단백질이라면 3^100 가지의 구조를 테스트해야 할 정도이니까요. 현실에선 훨씬 효율적인 방법들을 사용하긴 합니다만... 

 

 이런 문제를 사람이 직관적으로 풀도록 게임으로 만든것이 Foldit 입니다. 뭐.. 일단 에너지 계산 자체는 컴퓨터가 해줍니다. 사람이 직접 원자를 이리저리 옮기면서 각도를 변형시켜가면 (주로 torsional angle을 건드립니다.) 구조에 따른 에너지가 출력됩니다. 그렇게 이리저리 구조를 변형시켜가며 에너지가 최소인 구조를 찾는 게임입니다.
 초기 버전이 나온건 한 10년이 넘었던 것 같고, 몇년 전에 버전 2가 나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냥 하나의 게임으로 끝난것은 아니고, Foldit으로 여러 성과가 나온 것 같습니다. 집단 지성의 힘입니다.

 문득 신약개발에도 이런 집단지성을 이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백질의 binding pocket이 있을 때, 거기에 결합하기 적절한 약물을 디자인하는 퍼즐 게임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냥 마우스로 하면 재미 없으니, 가상현실, 증강현실 기능을 이용해서 상호작용할 수 있는 장갑 같은것이 있으면 참 좋을텐데.. 물리적인 퍼텐셜이 장갑을 통해 유저에게 피드백을 주는 형태로요. 현재 그런 물건이 있는지 모르겠네요. 

 분자동역학 같은 프로그램이 아닌, 단 하나의 pose 로부터 에너지를 계산하는 방식은 정확도가 많이 떨어지긴 하지만,

 pharmacophore 기반의 접근에서 유용할 것 같습니다. 약물들은 유사한 pharmacophore를 가지는 경우들이 많은데, 

 pharmacophore들은 가만 놔두고 그 사이의 연결부위를 제거한 후, 그 연결부위를 새로 디자인하는 것입니다. 

 유사한 pharmacophore template을 활용한다면 docking pose를 비교적 정확히 식별할 수 있고, docking의 false positive 문제도 줄일 수 있습니다. 뭐 그래도 합성가능성 같은 문제도 골치아픈 일이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세상 많은 일들은 게임입니다. 
(사실은 반대입니다. 많은 게임들이 세상을 단순화해서 구현되었습니다. 간접 경험으로부터 쾌감을 얻게 하기 위해서이죠. 게임은 대단합니다. 인간의 많은 학문을 적용하여 만든 시뮬레이션 세계입니다. 물리학 같은 자연과학 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학 이론들도 많이 들어있습니다. 이런걸 단지 즐기기 위해서 만들다니... 문화적 향락의 극치가 아니겠습니까? )

그렇다면, 오히려 게임을 열심히 하면서 중요한 인간 사회의 문제를 풀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앞에서 말씀드린 fold it 입니다. 게임을 열심히 플레이하는것이, 난치병을 치료하는 연구로 이어질 수 있다면 참 재미있는 세상이 아닐까요? 그 프로그램의 개발자 뿐만이 아니라, 실제로 플레이해서 결과를 낸 사람에게 성과가 어느정도 돌아가야 합니다. (10살짜리 아이가  난치병 치료제를 찾아서 네이처 저널에 이름을 올리고, 특허권으로 보상을 받고. 그런 세상이 온다면 참 재미있겠네요. )

 

앞으로 인간이 가야할 길이 무엇인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합니다. 어짜피 컴퓨터와 기계와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인간이 하던 일의 상당수는 대체될 것이고, 그 세계에서 인간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합니다. 사실 이건 역사적으로 여러번 있었던 일이죠. 생산 혁명은 10사람이 하던 일을 1사람이 할 수 있게 만들어버렸으니까, 대량의 실업자가 탄생하고, 그 잉여 노동력을 바탕으로 다시 산업이 활성화되고 혁명이 일어납니다. 어떻게 보면 기회이죠. 역사상 최고 수준의 교육받은 잉여 노동력이 있는데, 그것을 활용할 수 있다면... 과거의 많은 왕들이 얼마나 바라던 일일까요? (적어도 세종 대왕님은 바라셨을 것입니다. 모든 백성이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나라를...) 그 꿈이 현실이 되었는데 그 인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다니... 참 아쉬운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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