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학문이라는 것

Novelism 2022. 11. 27. 22:39

 

 저에게 학문은 욕구입니다. 

(노래하는 것과 요리하는 것도 욕구입니다. 이야기를 듣고 전하는 것도 욕구입니다. 욕구가 좀 많습니다.)

 욕구는 쾌락이 아닙니다. 

 욕구에 도달하지 못하였을 때, 그리고 도달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괴로움을 느낍니다. 

 쾌락을 느끼는 시간은 별로 길지 않습니다. 

 욕구는 괴롭지만 도저히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잠도 못 자고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고통을 주는...

 마치 문명을 10시간 연속으로 플레이하고 눈이 아파서 종료하고 싶지만, 적이 쳐들어와서 도저히 종료하지 못하는 심정 같은 것입니다. (하... 한 번만 더...) 연구는 정신과 육체를 망가트립니다. 

 

 한 사람의 연구자로서 제대로 역할을 하기 위해선 많은 노력을 해야 합니다. 

 저는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 최저의 기준에 도달하는데만 해도 10년 이상이 더 걸렸던 것 같습니다. 

 저는 내가 고등학생 때 배운 모든 지식은 필요하고, 그걸로는 부족하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정도로 부족하니까 대학도 가고 대학원도 간 것이죠. 그것으로도 부족하니까 따로 공부하고 

 

 학업 부담을 덜어주기 위하여 교육 범위를 축소한다는 소리를 들으면서 학문을 모욕하는 짓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대학 수학능력시험은 말만 보면 대학 가서 공부할 수 있는지 평가하기 위한 시험 같은데, 정작 자신의 전공분야에 꼭 필요한 기초 과목들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이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요즘 교육과정은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지만... 

 단지 전공과 대학가기 위한 공부만이 아닙니다. 현대사회는 매우 복잡한데 이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적인 지식과 사회에서 따라야 할 규범에 대한 교육도 등한시되는 판이었습니다. 중고등학교의 교육의 기본 방침은 어느 정도의 교양을 갖춘 바람직한 사회인을 만들기 위한 것 같은데, 그 교육을 받아도 사회에서 제대로 살아남을 수 없다면 대체 교육의 목적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솔직히 저는 여전히 제가 배우지 못한 게 너무 많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배울게 너무 많아서 부담된다고 배울 것을 줄여주어도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이런 저런 일이 있었습니다. 

 어느 순간 나는 그냥 사기꾼이 되어버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의 신념대로 살지 못하는 상황이 너무 괴롭습니다. 

 

 그냥 여기서라도 제가 생각하는 것을 정직하게 말하고 싶습니다. 

 공부를 할거면 제대로 하는 게 좋습니다. 

 내 일의 범위는 여기까지니까 여기까지만 알면 된다, 나는 여기까지만 해도 된다 같은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적당히 하는 사람보다 제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이 더 필요합니다. 

 하기 전에는 할 수 없을 것 같지만, 해보면 할 수 있습니다. 

 저도 공부나 연구를 하다가 도저히 모르겠다. 울면서 때려치고 싶다는 생각을 한두 번 해본 게 아닙니다. 

 그래도 그 막막한 상황에서 며칠간 붙잡고 하다보면 뭔가 하나씩 길이 생깁니다. 

 

 학문은 소비재가 아닙니다. 떠먹여 주는 교육은 정말 편합니다. 하지만, 그 정도에 만족해선 안됩니다. 

 안일한 생각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 만큼 사회가 인간에게 친절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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