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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ase 저해제를 개발하는 이유

Novelism 2022. 4. 9. 07:50

 

 많은 인공지능 신약개발회사들이 질환 중에선 암을 타깃으로 하고, 단백질 중에선 kinase를 타깃으로 하고 있습니다.

 암을 타깃으로 하는 이유는, 암 자체가 중요한 질환이고, 워낙 중대한 질환이다 보니 치료제의 독성 여부가 어느 정도 용인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kinase를 선택하는 이유는 그냥 그게 다른 타깃과 비교해서 쉽다고 여겨서인 경우가 많습니다. 굳이 그쪽에 전문성을 가져서는 아닙니다. 애초에 이 분야에서 kinase가 뭔지도 잘 모르는 사람도 많고... kinase와 다른 ATP결합 단백질 (ATPase 같은...?) 이 무슨 차이인지 설명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네요. ATP가 붙으면 kinase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고... 

 

 우리는 생물학 시간에 ATP가 세포에서 에너지를 소비할 때 사용하는 물질이다라고 배웠습니다.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등 에너지원을 직접 사용하진 않고, 이들을 분해하면서 나오는 에너지로 ADP -> ATP를 만들고,  ATP를 사용해서 에너지를 공급한다고 배웠을 것입니다. 

 

 kinase를 번역하면 인산화효소라고 합니다. 단백질 인산화 효소 라면, 단백질의 특정 residue에 인산을 붙이는 효소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즉, 인산화효소에서는 ATP가 에너지원이라기보다는 인산 공급용입니다. 

 이런 인산화는 신호전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암에서 중요한 타깃 단백질 중에서도 인산화 효소가 많습니다. 

 예를들어 EGFR 및 EGFR로부터 시작하는 신호전달 경로에 속하는 단백질들이 그렇습니다. 

 EGFR은 세포 성장인자 (EGF)에 대한 receptor입니다. 즉, 세포 외부에서 세포로 세포 분열을 촉진하라는 신호 (EGF 단백질)가 전달되는데, 그 수용체가 EGFR이고, EGFR이 EGF 단백질과 결합하면 세포 내부의 신호전달 경로를 따라서 핵까지 신호를 전달하고, 그 신호가 전달되면 세포 성장과 분열로 이어지게 됩니다.

 암의 특징중 하나가 과도한 세포분열이니, 세포 성장인자 수용체에 문제가 생기면 어떤 일이 생길지는 쉽게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EGF의 신호 없이도 EGFR이 활성화되어 계속 신호를 전달해버리는 타입의 암이 있습니다. EGFR의 T790M이나 L858R 변이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주로 비소세포성 폐암에서 발견된다고 합니다. 

 

 그러면 Kinase 저해제 개발이 다른 약물 개발보다 비교적 쉽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단 인체를 구성하는 단백질의 종류는 대략 2만여 가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단백질의 패밀리는 한 1000~2000 정도 유형이 있다고 합니다. 즉, 평균적으로 인체 단백질 하나에는 20여 종의 패밀리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패밀리는 서열과 구조가 유사한, 진화적인 연관성이 높은 단백질들입니다. 

 서열과 구조만 유사한 것이 아니라, 기능도 유사합니다. EGFR도 HER 패밀리에 속합니다. 이 패밀리에는 HER1, HER2, HER3, HER4 가 속해있습니다. 이중 HER1이 EGFR입니다. 

 그런데, kinase super family는 이보다 더 많습니다. 인간의 경우, 한 500개 이상의 kinase를 가지고 있습니다. 

 kinase도 세부적으로 tyrosine kinase와 serine/threonine kinase로 나뉘긴 합니다만... TKR 은 tyrosine kinase receptor로 EGFR 이 여기에 속합니다. kinase (효소)이면서, receptor (소용체) 역할도 하는 단백질입니다. 신호를 받고 다음 단백질에 전달하 것입니다. 전달하는 방법으로 효소 기능을 이용하기 때문에 두 기능이 한 단백질에 들어있습니다. 

 

 당연히 비슷한 구조, 기능을 가지는 단백질들의, 포켓 구조도 유사한 경우들이 많습니다. 즉, 결합하는 약물 종류가 비슷합니다. 일단 kinase는 기본적으로 ATP가 결합하는데, 아데닌 결합 부위가 (hinge) 주요 부위입니다. 

 당연히 아데닌과 유사한 구조들이 hinge에 잘 붙습니다. 이런 hinge 중 유명한 것들이 대략 10종이 있습니다. 

 kinase inhibitor 라는 약물들의 구조를 보면, hinge 결합 영역이 유사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이 이 물질들의 core구조이고, 그 구조만으로도 상당한 결합력이 나옵니다. 기본적인 설계 방향은, core 구조를 정하고 거기서 가지들이 성장해서 포켓을 채워나가고, 상호작용을 강화하는 형태입니다. 이때, 유사 단백질들의 포켓의 세부적인 구조의 차이를 이용해서 selectivity를 높일 수도 있습니다.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선 selectivity를 높이는 편이 좋습니다만, 어려운 작업인지라 필요한지 아닌지 사전에 분석이 되어있는 편이 좋습니다. 애초에, 여러 kinase를 동시에 표적으로 삼는 전략도 있는데, 그럴 거면 힘들게 selectivity를 고려한 것이 허사가 되어버립니다. 생물학자와 화학자 사이의 소통이 중요합니다. 그냥 타깃만 던져주면 끝나는 게 절대 아닙니다. 애석하게도, 진짜 이것도 검토 안 하고 진행하는 사례가 많이 보입니다. TPP (target product profile) 좀 명확히 만들고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kinase의 경우, 가능한 약물 다양성이 높지 않습니다. 임상 통과한 관련 약물의 구조가 유사해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허도 다른 물질에 비하면 범위 적용이 좁습니다. 그리고 kinase에 대해 연구된 약물들도 많습니다. 그리고, 약물 결합구조나 기능이나 메커니즘도 잘 밝혀져있고, hinge 영역도 파악하기 쉽습니다. 특정 kinase에 잘 붙는 약물을 설계하는 것은 그렇게까지 어렵지 않습니다. 설령 특정 단백질에 대한 구조정보, 약물 결합정보가 없어도, 유사한 다른 단백질에 대한 구조나 약물 결합정보를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화학적인 메커니즘도 다른 타깃에 대해 비해서 덜 복잡합니다. ATP 결합 위치에 결합하여 ATP 결합을 저해하기만 하면 됩니다. 이런 점들이 kinase를 타깃으로 선택하는 이유입니다. 문제는 오히려 selectivity 를 높이는 쪽입니다. 

 

수용체에 대한 agonist나 antagonist를 설계하라고 한다면, 더 어렵습니다. 이것들은 붙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붙어서 원하는 방향으로 기능을 해야 합니다. antagonist를 만들라고 했는데, agonist가 되면 안 되겠죠. 그래도 기존 약물 정보가 잘 있다면 할만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