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고수를 좋아합니다.
처음 고수가 들어간 묵밥을 먹었을 때는 행주를 빠트렸나 심히 의심하였습니다.
하지만 향신료 같은 느낌도 들어서 향신료일 거라 생각하고 차마 물어보진 못하면서도 혹시 김치가 쉬었나, 정말 행주 빠트린 건가... 온갖 의심을 하였지만 아무튼 어떻게든 다 먹고 나왔던 게 생각나네요.
아직도 생으로는 잘 못 먹겠습니다.
다만, 국에 넣어서 데쳐먹으면 향이 약해져서 먹을만합니다.
맛의 고수가 되려면 고수를 먹을 수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노력했습니다.
고수 냄새가 특히 싫게 느껴지는 이유는, 여름철 주방 싱크대에서 나는 냄새와 비슷하기 때문이라 추측합니다.
음식이 아닌 것에서 나는 냄새가 음식에서 났을 때, 그것을 멀쩡한 음식이라 인식하지 못하게 됩니다.
민트를 예로 들면, 민트향을 치약에 주로 첨가하는데, 치약은 삼키는 것이 아니라 뱉는 것이다 보니 민트 향이 느껴지면 식품으로 인식하지 않게 되는 게 아닐까요?
제 경우, 어릴 적에 메로나를 쓴 약과 함께 먹은 적이 있고, 그 후로 메로나를 싫어하게 되었습니다.
마라탕이나 쌀국수 먹을 때는 고수를 많이 넣어서 먹습니다.
시장이나 마트에서 고수가 보이면 사긴 하는데, 좀 비싸기도 하고, 오래 보관도 안돼서 그냥 집에서 길러 먹으려고 씨앗을 심었습니다.
고수는 다양한 명칭으로 불립니다. 씨앗은 주로 코리앤더라 불립니다. 채소일 때는 고수나 실란트로라고 부르는 것 같습니다. 원래는 지역마다 부르는 명칭이 달랐던 것 같지만... 달걀이나 병아리를 닭이라 부르지 않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아무튼 고수를 기르려면 먼저 코리앤더를 구매해야 합니다.
원래 코리앤더만 따로 사려고 했는데, 따로 담긴 건 씨앗이 작은 품종이라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냥 피클링 스파이스를 샀습니다. 그런데 이거 정향 냄새 (서브웨이 냄새) 보다 계피 냄새가 더 강하네요. 피클에 계피도 넣던가...
코리앤더의 구조는 조금 특이합니다. 굳이 확대까지 해서 자세히 찍을 생각은 없지만, 손으로 비비면 껍데기가 두 개로 쪼개집니다. 쪼개진 조각 안쪽에 얇게 씨앗이 붙어있습니다. 알갱이 하나당 씨앗이 2개 들어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그냥 심으면 한 구멍에서 2개씩 나옵니다.
화분에 흙을 담고 씨앗을 흩뿌리고 물을 주고 1주일 정도 방치했더니 싹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싹수가 있군요.
발아율을 잘 몰라서 넉넉하게 뿌려버렸더니 싹이 좀 심하게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제 몇 주만 기다리면 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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