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예전 사진들 4: 전 직장 퇴사하던 날

Novelism 2021. 10. 29. 19:55

 

 

 아... 엽기가 느껴지네요. 

 

 

제 전 직장은 퇴직 시 전직 관련 정보를 요구했습니다. 퇴직하는 사람에게 뭐 그런 걸 요구하나 해서... 

전직 관련 정보

 저렇게 썼지만 제출은 안 했습니다. 

 

 

 

드루이드 전승 지팡이

 전 직장에서 뒷산 탐험하다 발견한 드루이드 전승 지팡이로 이사 짐을 날랐습니다. 짐 대부분은 그냥 논문이죠.  나무줄기가 아니라, 나무뿌리입니다. 저것을 뽑아내려고 몇 달간 고생했습니다. 뽑아내는 과정에서 한 대 맞아서 상처 나기도 했습니다. 

뭐 일단 계약 만료로 인한 퇴사라서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실업급여 신청하러 고용복지센터 갔을 때,

전직 연구원: 계약 만료로 인한 퇴사였고, 전 직장 근무기간 3년 10개월입니다. 

직원: 2년 초과 근무한 사람은 실업 급여 인정이 안됩니다. 

전직 연구원: 연구원이었습니다. 

직원: 아 연구원이시군요. 인정 

 

이게 뭔 소리냐면요. 한국 법에 계약직이 2년 이상 근무할 시, 무기계약이나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그리고 당시 실업급여는 직원이 자발적 퇴사 시 받을 수 없고, 계약 만료로 인한 퇴사 같은 비 자발적인 사유나, 월급이 크게 줄어들거나 하는 어려운 상황인 경우만 인정되었습니다. (아마 지금도 그런 것 같지만...) 따라서 2년 초과해서 근무한 사람은 당연히 무기계약직이나 정규직이어야 하기 때문에 계약 만료로 인한 퇴사는 말이 안 된다는 것이죠.

 하지만, 이 법에도 예외가 있는 게, 연구원은 2년 이상 일해도 무기계약직이나, 정규직 전환이 안됩니다. 연구원은 인간도 아닌가... 다른 직장인들은 당연하게 인정되는 게 왜 연구원에겐 안되는지 저로서는 이해가 안 가네요. 

 이런 법이 존재하는 이유는 노동자의 안정된 삶을 위해서 일 텐데, 연구원은 노동자도 아니고 안정된 삶을 살 자격도 없다는 것인가요? 취지가 뭐일까요? 

 일시적으로 밖에 필요하지 않은 일에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 판단기준으로 그 일이 2년 이상 필요한 일이면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라고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연구소에서 연구원이 일시적으로만 필요한 사람인가요? 뭐 이에 대해서는 그 연구소에 불만 있는 게 아니라, 정부에 불만이 있습니다. 아직도 제 주변에는 만년 포닥하는 사람들이 여럿 있습니다. 한 때는, 만년 포닥을 막기 위해서 박사 졸업 후 5년 초과인 사람은 포닥으로 못 뽑게 했던 적이 있습니다. 못 뽑게 하면 정규직으로 뽑는 게 아니라 아예 안 뽑는 거죠. 더 이상 연구하지 말라는 거죠. 이게 노동자를 위한 법입니까? 고학력 실업자를 만들기 위한 법입니까? 국책 연구소들 포닥 뽑는 기준에 5년 초과인 사람은 안된다는 항목이 한 때 있었죠. 얼마 후 사라지긴 했지만, 정부가 노동 정책에 손댈 때마다 왜 더 이상한 일이 되어버리는 걸까요? 아무도 현장의 당사자의 이야기는 듣지 않고, 위에서 맘대로 정해버리니까 그렇죠.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면서... 

 

 아무튼 그렇게 계약 만료로 퇴사하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정신을 고쳐먹고, 나를 보호해주는 것은 법도 아니고, 이까짓 종이 쪼가리(근로계약서)도 아니다. 능력 만이 나를 보호해줄 것이다. 내가 능력이 충분하다면 아무도 나를 해고하지 못할 것이다. "정규직 따위는 필요 없고, 나는 언제라도 나가도 갈 곳 있는 사람이니 필요하다면 그만한 조건을 제시하라" 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라고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길은 좋은 길이 아닙니다. 사람과 사람이 신뢰로서 우호적으로 접해야지, 저런 식으로 이익 손해 따지고 하면 골치만 아픕니다. 하지만 대부분 회사는 불평하지 않으면 더 좋은 조건을 주지 않더군요. 그러다 보면 유능한 사람보다 불평 많이 하는 사람이 더 좋은 대우를 받습니다. 그게 회사에게나 직원에게나 결코 좋은 일이 아닙니다. 

 

 퇴직 문제로 고민하면서 연구원을 위한 연구소를 만들어보겠다고 결심했는데 여전히 못 만들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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