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ysics and Informatics

과학 연구에서 중요한것

Novelism 2022. 4. 10. 01:45

 

 흔히들 과학 연구에서 넘치는 창의력과 틀에 매이지 않는 아이디어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가설을 제시하는 것보다는, 가설을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가 과학의 본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과학은 크게 실험/경험/측정과 이론으로 나뉩니다. 

 우리가 측정을 통해서 알 수 있는 사실들이 있습니다. 측정에 오류가 있지 않았다면, 그것이 사실입니다. 

 이론은 그 측정 결과의 원인이나, 측정 결과들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것입니다.

 아마도 창의력을 이야기하는 것은 실험보다는 이론의 영역에 대한 것 같습니다.

 유명한 과학자들은 보통 실험보다는 이론분야의 종사자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실험은 보통 절차와 방법론이 정해져 있습니다. 예를 들면 특정 신물질을 만들었다면, 기존 물질에서 측정하던 물성들을  그 물질에 대해서도 다 측정해봅니다. 그 후에 그 물성들을 바탕으로 가설을 세웁니다. 그리고 그 가설들을 검증하기 위한 추가적인 실험을 제시하거나, 기존 실험 결과들로 그 가설의 타당함을 검증합니다.

 제가 실험분야 종사자가 아니라 구체적인 것은 모르지만, 이론분야라 하더라도 과학에서 별로 대중들이 말하는 창의적이라는 것을 체감해보진 못했습니다. 가설을 어떻게 과학적으로 검증할 것인가... 에 대해선 창의적 사고보다는 지식에 대한 이해와, 논리적 사고나, 합리적 사고가 중요합니다. 

 과학은 생각보다 보수적인 학문이고, 설령 과학에 혁명을 일으킨 사람도, 매우 보수적인 과학자였을 수도 있습니다. 많은 과학적 연구는, 선행 연구를 바탕으로 진행합니다. 설령 선행연구의 영향을 직접 받지 않는다 할지라도, 그 시대의 보편적인 학문 수준에서부터 많은 아이디어들이 나옵니다. 선구적인 과학자가 창의적 영감으로 훌륭한 가설이나 이론을 제기하였을지라도, 결국 과학 연구의 상당수는 그것을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에서 시간이 소비됩니다. 수수하고 힘든 작업입니다. 

 

 좋은 아이디어는 참신한 발상보다는 과학적 방법론이나 과학적 사고라는 정형화된 방법론을 통해서 나올 수 있습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바는, 창의력이라 생각하는 능력 자체가, 어떠한 사고 방법론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저는 과학에 대해서 공부할 때, 음악을 항상 생각합니다. 좋은 음악은 무엇이고 좋은 음악가는 무엇일까를 보고, 내가 한 사람의 직업인으로서 돼야 할 좋은 과학자라는 게 무엇일까 고민해왔습니다. 

 최근 본 영상에선 좋은 연주자란 현란한 연주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좋은 소리를 내는 사람이라고 하더군요. 과학자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본에 충실하고, 문제에 대해 깊은 이해를 가지고 논리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사람이 좋은 과학자입니다. 프로가 생각하는 능력자의 기준과, 일반인이 생각하는 능력자의 기준은 상당히 다를 수 있습니다. 

 사실 저는 논문을 읽으면서, 논문의 질이 낮을 때, 그 문제의 원인이 창의력의 부족이 아니라, 지식의 부족과 합리적 사고의 부족이 문제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합리적인 논문은 아름답습니다. 이유와 근거와 방법과 결과와 결론이 다 하나로 이어집니다. 그냥 과학적 사고를 배우는 것이 절실합니다. 창의력은 그다음의 일입니다. 

 한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생각할수록 좋은 생각이 나옵니다. 어느 천재가 잠시 보면 갑자기 좋은 방법이 나오기를 기대해선 안됩니다. 전문가들이 오래 고민해서 해결 못한 일을, 통찰력 좋은 사람이 조금 보고 해결책을 찾는다. 이런 걸 기대하는 것은 오만일 뿐이고, 그렇게 내려진 해결책이 정말로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모르는 자는 아는 자만 못하고, 아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한다. 세상에 천재는 많지만, 그 사람들이 자신이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 조금 봐서 할 수 있는 말은 정말 별것 없습니다. 그 문제를 깊이 이해하고 파 들어가는 사람들을 이길 순 없습니다. 지능이 높은 천재가 아니라, 진짜 유능한 천재는 (제가 아는 사람 중에도 몇 명 있지만...) 문제에 대한 이해가 깊습니다. 누구보다도 그것을 즐긴다라고 느껴질 정도로요. 그런 사람들한테서 창의적인 무언가가 나옵니다. 문제를 남들보다 훨씬 많이 생각하고, 깊게 생각하고 다양하게 생각하는 과정에서 많은 발상을 하니까요. 무엇이 문제인지조차 모르는데 어떻게 좋은 해결책이 나오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