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반려 동물과 인공지능

Novelism 2021. 9. 7. 19:18

 

 저는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하고 싶은 일이 여럿 있습니다.

 일단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인 신약개발, 좀 더 장기적으로, 반려 인공지능이  있습니다.

 반려 인공지능은 인공지능 비서가 생활과 업무의 서포트를 지향함과 반대로, 인간과 정서적인 유대, 교감을 지향합니다.

 물론 현재의 인공지능은 감정을 가지지 못하기에 진정한 교감은 아닙니다.

 사람은 직접적으로 타인의 마음을 볼 수 없습니다. 상호작용을 통해서 타인을 인식하고, 자신의 마음에 비추어 감정을 추정할 뿐입니다. 인간과 인간의 교감마저도 근본적으로 따져보면 진짜 교감인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립니다.

하지만 사람은 비록 생물이 아닐지라도 물건에 정을 붙이는 존재입니다. 인형이 좋다고 들고 다니는 사람도 있고, 캐릭터와 결혼하겠다는 사람도 있으니 정서적인 안정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최근에 하나 추가되었습니다. 반려동물과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을 위한 IT/인공지능 사업입니다. 반려 인공지능이 반려동물을 대체하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면, 이것은 반대로 반려동물을 위한 사업입니다. 음... 동물과 인간의 만남은 도저히 윤리적으로 좋은 답이 없어서 어찌해야 할지 모르지만... 현실에서 많은 사람은 반려동물을 필요로 하고, 이미 오랜 시간 함께 살아왔습니다. 제가 어릴 때만 해도, 반려동물의 지위는 매우 낮았습니다. 가축과 다름없는 신세이거나, 병들어도 병원비를 쓰느니 버리고 새로 사면 된다는 정도 취급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반려동물은 가족, 자식과 비슷한 수준으로 지위가 향상되었습니다. 수십 년 전에는 자식의 지위가 지금처럼 높진 않았죠. 예전에는 한 집당 자식이 많고, 자식이 부모를 봉양해야 하고 자식을 일종의 노후 대책처럼 여기기도 하고, 자식은 공부를 시키는 것이 아닌 취직해서 돈을 벌어와야 하는 분위기였다면, 지금은 가정에서 자식의 수가 적고, 부모의 희생이 이전보다 훨씬 커졌고 자식이 부모를 봉양하지 않는 일이 흔하고, 부모가 자식을 부양하는 나이가 훨씬 높아졌습니다. 자식 나이가 30이 넘어도 부모가 자식을 부양하기도 하고, 심지어 자식이 살 집도 부모가 해줘야 하는 판입니다. 자식이 부모를 위해 살아있는 것에서, 부모가 자식을 위해 살아있는 것으로 바뀐 것 같습니다.

 반려 동물도 비슷합니다. 예전에 동물을 기르는 것은 집을 지키거나, 주인을 지키고 도둑을 쫓고 쥐를 잡는 등, 어떤 목적에 따라서 유용성이 중시되었습니다. 즉 나를 위해서 일하는 유능한 동물을 선호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동물이 주인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한다기보다는, 오히려 주인이 동물을 돌봐야 하고 주인이 돈과 생활의 일부를 희생하는 경우가 자주 보입니다. 기르는 고양이 장난감 산다고 수십, 수백만 원을 쓰는 사람도 있고, 심지어 식성이 까다롭다며 외국에서 직접 사료를 공수해오시는 분도 봤습니다. 사람들이 반려동물에게 요구하는 것은 정서적 유대와 교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자식을 키워도 별로 충족이 안 되는 것들이죠. 10대쯤 가면 반항하고, 20대가 되면 나가버리니...

이런 면을 생각해보면 반려 인공지능이건, 반려동물을 위한 인공지능이건, 취지는 비슷합니다.

 

반려동물 관련 사업 시장은 한국에서 현재 6조 정도이고, 일본은 15조 정도, 미국은 100조 정도라고 합니다. 그리고 시장 규모는 매년 꾸준히 성장하고 있고, 특히 중국에서도 급성장중이라고 합니다. 반려동물을 위해 돈을 쓰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주인이 동물을 방치하면 동물 학대가 됩니다. 하지만 사람이 항상 붙어있긴 힘들겠죠. 사람이 붙어있다 하더라도 동물을 돌보는 것은 상당히 피곤한 일입니다. 아기 기르는 것도 피곤하고 어른 사람 기르는 것도 힘든 일인데, 동물까지 돌보다니... 동물을 돌보는 기술이 절실합니다. 가장 간단하게 밥 주고, 놀아주고, 똥 치워주는 로봇이 필요합니다. 밥 주는 로봇은 이미 있긴 하죠. 놀아주는 로봇들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똥 치워주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기술 같습니다. 이런 기본생활 이외에도, 동물은 사람과 대화가 잘 안되니 동물의 감정이나 건강 상태 등을 해석해주고, 동물의 행동을 이해해주고 문제가 되는 행동을 교정해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주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동물을 위한 추천 시스템도 필요합니다. 반려동물을 위해 비싼 장난감을 사줬더니, 관심이 없어서 방치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추천 시스템이 이런 문제를 어느 정도 줄여줄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반려동물을 위한 AR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생각해보면 이외에도 다양한 사업들이 가능합니다.

 이런 기술들은 발전하다 보면 사람, 특히 영유아나 노인을 위한 기술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인 이유에서인지 부적절한 행동을 하는 문제를 겪고 있는데, 동물이나 사람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느낌이 듭니다. 동물의 정서 이해와 행동을 교정하는 방법이 사람에게도 유용할 것 같습니다.(동물이나 아이에게 내재된 문제이기보다는, 기르는 사람에게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죠.)

 

 신약개발을 하고 싶은 이유는 나, 혹은 내가 아는 사람이 병으로 괴로워할 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병에 걸릴 수 있고, 주변 사람이 병으로 고통받는 상황은 누구에게나 흔한 일입니다.
 반려 인공지능을 만들고 싶은 이유는 내가 혼자 죽어가는 것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반려동물 사업도 비슷한 이유에서 입니다. 저도 동물을 기르고 싶지만, 잘 돌볼 자신이 없어서 기르지 못합니다. 그리고 제가 혼자 살면서 동물을 기르다가 제가 먼저 죽으면 그 동물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제가 하고 싶은 일은 자신에게 필요한 일, 자신을 위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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