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science is the boss

Novelism 2026. 4. 19. 00:26

 

 science is the boss 

 최근에 어느 인터뷰에서 이런 문장을 보았습니다. 

 제가 왜 남의 밑에서 일할 수 없고 사업자가 되는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학생 때 저는 별로 좋지 않은 연구자였습니다. 

 연구 결과를 스스로의 눈으로 보고 생각하고 판단하려 하지 않고 판단을 지도교수님에게 의존하려 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교수님께서 이건 니 연구다.라고 말씀하셔서 그제야 연구자가 어떠한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이해했습니다. 

 연구란 아무도 정답을 모르는 것을 찾는 것입니다. 이런저런 가설은 제시할 수 있으나,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해봐야 압니다. 연구는 구체적이고 좁은 영역이기에 한 분야의 권위자라도 그 분야의 모든 것을 아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그 연구에 대해서 가장 잘 알아야 하는 사람은 연구자 자신입니다. 그러기에 연구자는 올바른 실험 기술을 배우고 과학적 사고와 분석 방법을 익혀서 자신의 연구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냥 시키는 대로 일하기만 한다면 좋은 연구자라 할 수 없습니다. 

 제 태도를 바꾼 후부터 신기하게 연구가 잘 풀리고 졸업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실 학생시절 제가 수동적이었던 이유는 전공이 저와 잘 안 맞았던 것도 관련이 있습니다. 박사 졸업 이후 분야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과학.. 정보학이나 데이터 사이언스적인 면이 강했습니다. 데이터를 분석하고 거기서 원리를 찾는 것입니다. 이쪽이 제 성향과 더 비슷하고 원래부터 그쪽에 재능이 더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졸업 후에는 데이터로부터 자기 주도적으로 연구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권위자의 주장과 실험 결과가 부합하지 않을지라도, 그 실험을 제대로 수행하고 분석했다면 그것이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내 고용주이건 권위자이건 권력자이건 과학적 사실이 뒤집어질 순 없습니다. 저는 명예를 소중히 여깁니다. 그것은 제가 과학자로서 양심을 지켜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것을 저버리고 돈을 위해 사실을 부정한다면 제 말에는 아무런 가치도 없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저에게 돈을 지불하는 이유는 그것이 거짓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만약 제가 거짓된 결과를 준다면 그 지출은 무가치한 것이 되겠죠. 아무튼 예전 직장들에서 일하면서 과학이 존중받지 못하고 돈벌이에 이용당하는 것을 보고 도저히 견딜 수 없었습니다. 

 

개인 사업자의 길은 쉽지 않습니다. 돈을 안 주고 일 시키려는 사람이나 제가 가진 기술을 배워서 자기가 직접 하려는 사람들이 여럿입니다. 저는 직접 하는 거보다는 싸게 기술을 제공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제 착각인가 보네요. 그래도 저는 기술을 가르쳐달라면 대체로 가르쳐줍니다. 어차피 저도 남에게 배운 것들이고, 제가 개발한 기술은 기본적으로 논문으로 공개하기를 원하고요. 저도 몇 년이나 배워서 하는 거라 그걸 쉽게 배워서 따라 할 거라 기대하지도 않고, 그렇게 쉽게 할 수 있는 일 해주면서 돈 받고 싶지도 않고요. 대체로 공짜로 가르쳐줘 봐야 제대로 배울 생각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로 시간 낭비만 하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냥 저는 뭔가 남한테 가르쳐주는 것을 좋아합니다. 책임 없는 쾌락 같은 것이죠. 

 사업 소득은 직장 다니던 시절보다 못하지만, 그래도 예전처럼 마음이 괴롭진 않습니다. 훌륭한 보스 밑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요. 과학이 제 보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