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ysics and Informatics

소재 개발에 AI를 활용하면 효율적일까?

Novelism 2025. 11. 6. 23:36

 

 

인공지능 신약개발 사업이 한창 떠오르던 시기도 이미 6년 정도 지난 것 같습니다. 

신약개발은 오래 걸리는 일입니다. 

그중에서 다른 부분들도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약물 설계 과정도 수년 정도의 시간을 소모합니다. 

그래서 AI로 분자를 설계해서 시간을 단축하겠다는 시도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실제로 신약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해 보면, 생각과는 전혀 다른 이유 때문에 시간이 소모되고, 

그것은 AI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설계한 분자를 합성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비용도 비싸고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그런데 그런 문제보다도, 그 프로젝트 내에는 빠르게 그 과정을 진행할 계획이 잘 갖추어져있지 않습니다.

 AI나 컴퓨터로 분자를 설계하는 과정은 대체로 빠르면 1일로도 가능합니다. 메서드들이 이미 개발, 세팅되어 있고, 시간을 오래 소비하는 시뮬레이션은 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서 입니다만... 

그런데 그다음에 그 분자를 합성하는 과정에서 제가 경험해 본 프로젝트들에선... 합성할 사람을 그제야 찾기 시작하고, 어떻게 찾아서 이야기를 했더니, 합성에만 6개월이 걸린다고 하고 실험까지는 기간이 더 소모된다고 합니다. 

사실 그것보다 더 심한 경험도 있습니다. 몇 달 후에 인력이 없어서 못한다는... 그래서 그냥 포기했던 적도 있습니다. 

그럼 대체 그동안 전 뭘 해야 하는 걸까요. 

합성이 오래 걸리는 이유는 정말로 공정이 복잡하고, 수율이나 성공률이 낮아서일 수도 있지만, 독점적으로 한 프로젝트에 자원이 할당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뭐랄까.. 이건 실험이라 느리고 인공지능으로 더 빠르게 할 수 있고 같은 게 아니라 그냥 참 일정관리라던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만... 그러니까 단기간에 약물 탐색에 성공했다.라는 사례는, 그 프로젝트를 위해 이미 준비가 되어있고 자원이 독점적으로 할당되어 있기에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신약개발을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법은 인공지능이 아니라, 사업에 대한 진지함... 전폭적인 인력, 자원과 자금 투입, 산업에 대한 이해 같은 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로 저는 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적어도 제가 속했던 직장들에선 그것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니까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고작 AI 모델 만들고 시뮬레이션 방법을 개발하고 화학, 생물학, 신약개발에 대해 공부하는 것 정도뿐... 그런데 그런다고 달라질 것은 없었습니다. 실제 프로젝트로부터 경험을 쌓고 피드백을 받아서 개선하지 못한다면 결국 망상의 세계일 뿐이니까요. 

 

 결국 작은 기회라도 만들려고 독립했습니다만... 멀고 험한 길이네요.

 

 최근 인공지능 활용 소재 개발 연구들을 살펴보면 이전 인공지능 신약개발이 한창 주목받던 시절과 비슷한 느낌이 듭니다.

 논문들은 많이 나오고, 사업도 하나 둘 생기고 있습니다 아마 조만간 이쪽 분야에도 창업 붐이 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실패한 사람으로서 상당히 우려를 가지고 있습니다. 

 AI를 사용하는 것은 뭔가 이익을 얻기 위해서인데, AI가 소재개발에 정말로 도움이 될 수 있는가, 된다면 얼마나 될까 같은 것을 좀 비판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AI를 사용하면 실험을 하지 않고서도 소재를 만들 수 있는가? 아닙니다. AI를 학습하기 위한 데이터가 충분한가? 아닙니다. 데이터가 많을 정도면 신소재가 아니겠죠? 데이터를 생산해 가며 AI를 학습시키고 그 과정을 몇 번 반복해야 합니다. 능동 학습 같은 방법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럼 데이터 생산은 쉽게 할 수 있는가가 문제이겠죠.

예를 들어 초전도체라면, 저온에서 물성을 측정하기 위해서 PPMS라는 장비가 필요합니다. 그 장비는 대략 10억 가까이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유지비도 많이 소모됩니다. 그리고 온도를 낮추는 과정에도 시간이 소모됩니다. 샘플 하나에 대한 물성을 측정하는데 몇 시간에서 일 단위까지 소모될 수 있습니다. 그럼 이 한 프로젝트를 위해서 그 장비를 몇 대나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가... 그렇게 얼마나 돌려야 충분한 샘플을 얻을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볼 수 있겠죠. 그냥 구체적으로 따져보지 않아도, 데이터 생산 비용이 과하게 비쌉니다. 하지만, 이를 외부 파트너에게 의존하면 해당 프로젝트만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시간이 많이 지체될 것입니다. 사실 뭐 그거 외에도 물질을 합성한다거나 하는 과정도 문제이죠. 물질마다 합성에 걸리는 시간들은 다 다르긴 하지만... 

 그래서 정말 프로젝트를 제대로 돌리려면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합니다만, 대체로 회사들은 프로젝트를 하나 진행하다 실패할 가능성이 있기에 인력이나 자원을 자원을 한 프로젝트에 몰아서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한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자원은 충분하지 못한 수준이 됩니다.

저는 그런 게 경쟁력을 깎아먹는 문제라 생각하긴 하지만, 그렇게 하면 안 된다라고까지는 못하겠습니다. 그거 해서 실패하면 회사 망한다는데 어쩌겠습니까? 대학 연구소들이나 스타트업들이나 아마 대체로 그런 상황일 겁니다. 그렇다고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기 위한 최적화를 하지는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수시로 우선순위가 바뀌는 것이 오히려 문제입니다. 전반적인 효율성과 전문성의 감소로 이어집니다. 

 소재 개발을 효율적으로 진행하려면 결국 AI보다는 실험적인 준비가 더 철저히 되어야 한다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AI를 쓰면 예산 줄여도 (장비 안 사고 실험하는 사람 없어도 되고...?) 성공할 거다. 같은 생각으로 해선 안됩니다.

 

 저는 이 분야에서 사업을 한다면, 지금 하는 것처럼, AI나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물질 설계하고 분석하는 연구용역 서비스를 할까 생각하고 있지만, 그 정도로는 아마도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전체 프로젝트의 효율과 성공률을 크게 향상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형태로 연구를 하려면 투자를 받고 직접 소재 개발을 주도해야 합니다만 부담이 크기에 아직 주저할 수밖에 없네요. 만들면 대박 난다. 같은 보장도 없고요. 세상엔 참 명쾌한 것이 별로 없습니다. 노벨상 수상자들도 자신의 연구가 실제로 가치를 인정받거나, 사업화가 될 줄은 몰랐다는 사람도 있으니까... 

 

 AI는 돈을 절약해 주는 게 아니라, 돈이 많이 드는 일입니다. 엔비디아 주가, GPU 가격을 보면 너무 명확하지 않습니까? 

 데이터 생산과 확보를 위해서 얼마나 큰 투자가 필요할까요. 

이런 점들을 보면  AI는 대체로 작은 규모의 일이 아니라 큰 규모의 일에 더 적합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목에 대한 대답은 효율적이라고 하겠습니다. 아니라고 할 거면 제가 아예 이 일을 접어야 하겠죠. 

하지만 효율적이기 위해서는 AI 도입만으로 충분한 것이 아니라, 거기에 맞춰서 프로젝트를 효율적으로 구성해야 합니다. 

 결국 잘 돌아가고 아니고는 사람의 능력과 조직의 역량에 따라 차이가 크게 나타나지 않겠습니까?